[노동개혁 '험로'] "3년간 저성과 근로자, 재교육도 최하위 평가땐 해고 정당"

입력 2015-09-14 18:20  

판례로 본 핵심 쟁점 가이드라인

"인사평가 최하위 근로자 개선노력 없으면 해고 가능
특정 근로자 퇴출시키려고 인사 불이익 주면 부당"

노사정 합의문엔 '협의' 명시…연내 가이드라인 나올 듯



[ 백승현 기자 ] 정부와 노동계, 경제계가 노동시장 개혁에 합의함에 따라 핵심 쟁점의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 가지 핵심 쟁점은 저성과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임금체계 개편을 다루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다.

노동계가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을 짜 강력 반대해온 일반해고는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 기준과 절차’가 논란거리다.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정리해고’나 ‘근로자의 비위에 따른 징계해고’라는 현재의 규정과 달리 성과가 부진하거나 불량한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해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한 사규로, 임금체계 개편 등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바뀔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한 현재 규정을 완화해 기업 경영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게 정부와 경영계의 요구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지난 13일 발표한 노사정 합의문에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고,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되,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했다.

노동계와의 협의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합의’가 아닌 ‘협의’로 못을 박음에 따라 정부 지침이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정부가 지침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어 연내 가이드라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누구나 일한 만큼 보상받고 싶어 하고, 일하는 사람 간의 공정성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더 이상 협의할 것이 없을 때까지 협의해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이미 일반해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산하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발표했다.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제목의 정부 가이드라인은 저성과자에 대한 기준과 근로계약 해지 판례를 담고 있다. 자칫 불공정한 평가로 특정 근로자가 사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를 당한 경우는 무효라는 설명도 담았다.

노동연구원이 근로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제시한 사례는 수년간 낮은 성과를 낸 근로자를 대상으로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무 재배치 등 고용 유지 노력을 했음에도 해당 근로자가 회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재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최하위 평가를 받았을 경우 해고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 내용이다. 해고가 무효인 사례로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특정 근로자나 집단을 미리 저성과자 그룹으로 분류해 놓고 차별적인 인사 고과를 했을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주어진 인사상 불이익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다.

노동연구원은 이와 함께 합리적 인사관리 방안으로 △인사평가제도 수립과 근로자에게 평가 결과 공개 △평가 결과와 관련한 고충처리 제도나 분쟁해결 제도 운영 △인사평가에 따른 직무 수준 조정, 직무 재배치 등 기회 부여 △회사의 자의적 조치를 막기 위한 근로자의 참여 보장 등을 제시했다.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정부는 정년연장이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노사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설령 근로자에게 다소 불리하게 취업규칙이 변경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효력을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준용할 계획이다.

이기권 장관은 “2013년 국회에서 정년 60세법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임금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임금체계 모형은 노사 당사자 간 업종과 규모를 고려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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