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내 안전사고 올해에만 22건 달해
안전보건공단 보고서
"노후화 탓이란 인식 금물…작업 前 점검 일상화돼야"
[ 하인식 기자 ]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H케미칼은 20년 전 물고기가 사는 생태 폐수조를 조성해 친환경 녹색사업장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모범적 회사가 지난 7월 공장 폐수조 내 잔류가스를 확인하지 않고 용접을 하다 근로자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20년간 지켜온 녹색사업장 간판을 내려야 했다.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비철금속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공단은 올 들어서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4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울산공단은 올 들어 8월 말 현재 22건의 화재 및 폭발사고로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지난 한 해 동안 37건의 사고로 11명이 숨진 것을 보면 공단 안전사고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들은 “공장이 지어진 지 평균 40년이 넘다 보니 피로도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한경과 공동으로 산업현장 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안전보건공단(이사장 이영순·사진)은 최근 ‘울산공단 안전관리 允?rsquo;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노후화 때문이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사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공장 가동 중에 발생하는 사고보다 공장 증설이나 시운전, 유지보수 등의 과정에서 사고가 집중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공단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사고 발생 후 안전관리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현장에서의 기초적인 안전관리체제가 크게 부실하다는 설명이다.
공단은 향후 안전관리대책으로 작업 전 안전점검과 작업 중 안전감시자 배치 여부 등 시설물 전반에 그물망 같은 현장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안전관리구조에도 이중삼중의 감시구조를 강화해 공단안전관리시스템을 ‘현장 중심 안전관리’로 재편하기로 했다.
공단은 ‘작업 전 안전점검, 당신의 생명을 지킵니다’는 실천형 안전보건 슬로건을 채택하고 보호구 지급·착용, 안전보건 표지 부착, 안전보건교육 실시, 안전작업절차 준수 등 4대 필수 안전수칙을 공단 내 안전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홍보 및 교육에 나서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9만1000여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18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일 5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친 셈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손실만 18조원을 넘어선다.
이영순 이사장은 “현장에서 안전수칙만 잘 지켜도 산업재해를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형 안전시스템을 구축해 5년 내 사고사망만인율을 선진국 수준인 0.3%대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사고사망만인 꼭?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안전지표다. 공단은 공단 내 안전보건 정보를 누구나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현장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국민과 소통하는 안전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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