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초고층 고밀도 개발"
콘서트홀·호텔·69층 아파트 등 용적률 1050% 통합개발 추진
시의회·시민단체 거센 반발
"인구과밀 지금도 심각" 개발 제동…몸싸움까지 번져 검찰 수사도
결국 문예회관 부지만 매각 추진
5년 전 66층 주상복합 미분양 악몽…일부선 여전히 격렬한 반대
[ 이해성 기자 ]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부천 중동 한복판 ‘랜드마크(지역을 대표하는 시설이나 건물) 용지’ 개발 방향을 놓고 지역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부천시청 바로 옆에 20여년간 방치돼 있는 3만4286㎡ 땅을 어떻게 개발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려서다. 부천시는 도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초고층 중심의 통합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시의원과 시민단체는 인구밀도가 전국 최고 수준인 부천에서 고밀도 개발은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개발안을 둘러싼 시의회 내 의견 대립은 최근 몸싸움으로까지 번져 검경이 수사에 나섰다.
○‘랜드마크 땅’ 개발 놓고 갈등 격화
이 땅(원미구 중동 1153)은 원래 문화예술회관·호텔용 부지였다. 그러나 마땅한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2008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고, 2012년 민간 매각 승인이 났다. 3만4286㎡(18개 필지) 가운데 87%인 2만9772㎡가 시유지고 나머지는 개인 소유다.
땅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모델하우스 가건물이 들어서 있는 옛 호텔용 부지(8155㎡)와 옛 문예회관용 부지(1만5474㎡), 그 사이로 상가가 들어서 있다. 상가 땅은 시유지와 개인 토지가 뒤섞여 있다.
부천시는 이 땅을 따로 개발해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지난 6월 통합개발안을 마련했다. 용적률 1050%를 적용해 66~69층 아파트 4개 동(1480가구)과 40층 호텔(320실)을 짓는 안을 내놨다. 기부채납을 받아 1700석 규모 콘서트홀을 갖춘 문예회관 등을 함께 조성하겠다고 했다. 예상되는 시유지 매각대금은 3334억원으로 개별 매각 때보다 850억여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개발안이 시의회로 넘어가면서 제동이 걸렸다. 김만수 부천시장과 뜻을 같이하는 시의회 내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달리 새누리당 측이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하고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해 안건 심의가 불발됐다. 부천시는 문예회관 부지만 따로 매각하기로 하고 15일 공고를 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교통정체, 학급 과밀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부천은 인구밀도가 ㎢당 1만5910명(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부천시 “분양 여건 달라졌다”
특별계획구역 통합개발 莩肉?‘리첸시아 미분양 사태’에 대한 기억이 깔려 있다. 2012년 초 완공된 66층짜리 쌍둥이 주상복합 ‘리첸시아 중동’(572가구)은 부천의 랜드마크 단지로 기대를 모았다. 분양면적 160·193·208·215·260·344㎡(옛 48~104평형)의 대형 주상복합으로 부천지역 주거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추진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초까지 두 번에 걸친 할인 분양 끝에 매매가는 분양가의 60% 선까지 떨어져 있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분양은 대부분 해소되고 입주율도 90%를 넘었다고 인근 부동산 업계는 전했다. 160㎡는 6억4000만~7억3000만원, 193㎡는 6억8000만~7억7000만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아직도 1층 상가는 상당부분 비어 있다.
부천시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리첸시아 미분양 때문에 복합개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특별계획구역 외에도 원미구 길주로1 일대(38만2743㎡)를 ‘영상문화단지’로 복합개발하기로 하고 사업자 공모를 진행 중이다. 상동호수공원 맞은편 녹지로 역시 20여년간 방치된 땅이다. 이 사업에는 롯데, 신세계, 이랜드, 한양 등을 비롯해 개발업체 엠디엠, STS개발 등 6곳이 사업참가 의향서를 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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