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차익 명목의 세금 발생
엘리엇, 손실 증명하면 세금 안내도 되지만
주식 매수과정 조력자 공개해야 하는 부담 커
[ 임도원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16일 오전 11시17분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저지하는 데 실패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400억원대 법인세’를 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합병에 반대하며 옛 삼성물산을 상대로 4000억원대 보유주식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청구대금 10%를 양도차익 명목의 세금으로 떼일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엘리엇 조력자’ 드러나나
엘리엇의 옛 삼성물산 주식 매입단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비교해봤을 때 엘리엇은 차익 대신 대규모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지만 손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의 주식거래 내역을 삼성물산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거래는 엘리엇이 사전에 약정하고 특정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장중 대량매매를 통해 산 물량이다. 엘리엇은 지난 3월 초 옛 삼성물산 주식 약 250만주, 6월3일에는 약 339만주를 각각 장중 대량매매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1112만5927주(7.12%)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절반가량을 특정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엘리엇의 고민은 이들 투자자의 명단을 삼성물산에 공개하는 것이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자신들이 ‘엘리엇의 조력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엘리엇이 이런 곤경에 처한 배경에는 현행 법인세법 98조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이 국내에서 상장사 주식을 장외매각할 경우 실제 차익 규모에 관계없이 매각대금의 10%를 양도차익 명목의 법인세로 내야 한다. 매각대금을 지급하는 측이 외국 법인의 법인세 원천징수분을 세무서에 납부해야 하는 현행법에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이 엘리엇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하면 세무서에 납부할 세액인 대금 10%를 제하고 나머지 대금 90%만 엘리엇에 지급하는 식이다. 주식매수청구 절차는 장외거래로 간주된다.
이 조항은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이 주식을 매각한 뒤 세금을 내지 않고 ‘먹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만약 외국 법인이 주식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에 대한 비교 자료를 제출해 이 차익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매각대금의 10% 금액보다 적으면 차익 20%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손실이 났을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미 본 손실이 얼만데…”
엘리엇은 옛 삼성물산 주식을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비싼 값에 매입해 양도차익이 아니라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 2월2일부터 주식을 사들여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결의된 5월26일까지 지분 4.95%를 확보했다. 당시 옛 삼성물산 평균 주가는 약 5만9000원이었다. 매수청구가격(5만7234원)을 감안하면 엘리엇은 135억원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주식매수청구를 한 4.95%(4426억원)에 대해 442억원의 원천징수를 당할 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헤징을 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데 400억원대의 세금까지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었던 투자자들을 함부로 공개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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