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고생은 사서도 한다.’ ‘젊어 고생은 양식 짊어지고 다니며 한다.’ 이 오랜 진리처럼 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제 몸에 밴다. 체득(體得)이란 말도 실제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이기에 그만큼 값지다. 어제 TV토론에 참가한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퍼스트 잡(first job·첫 사회경험)’을 봐도 그렇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빈병팔이, 접시닦이, 신문배달 등 궂은일부터 시작했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의 후보들이 더 고생하며 자랐다. 공화당 선두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어릴 때 형과 함께 빈 병을 수거해 팔았다. 아버지의 지시로 공사판을 돌며 버려진 병을 모아 가게에서 돈으로 바꿨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중·고교 내내 접시닦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종업원, 랜드 폴 상원의원은 잔디깎이와 수영강사였다.
흑인 의사 벤 카슨은 고교 생물학 연구실 조수였고, 부잣집 아들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방문판매원이었다. 쿠바 이민 2세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새장을 판매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신문배달로 돈을 벌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화려한 학력으로 법률회사에서 첫발을 내디딘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포브스의 분석을 보면 억만장자 400명의 첫 직업(?)은 대부분 신문배달부였다. 그 다음이 주유소와 세차장 아르바이트, 음식점 서빙이었다. 재산이 600억달러나 되는 워런 버핏의 종잣돈도 신문배달로 번 5000달러였다. 잭 웰치, 월트 디즈니, 샘 월튼 역시 새벽마다 신문을 돌렸다.
이들은 배달구역을 일일이 분석해 가장 빨리 신문을 돌릴 수 있는 지름길을 개발했다. 남보다 먼저 움직이기 위해 신문 접는 비법을 고안하고 비에 젖지 않게 비닐을 씌우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익힌 비즈니스 감각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굴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을 비롯해 신문배달로 잔뼈가 굵은 사람은 무수히 많다.
조지 소로스가 “젊어서 접시닦이와 페인트공, 버스차장, 웨이터로 사회 경험을 쌓은 건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했듯이 성공한 사람들은 단순한 밑바닥 일에서도 놀라운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사소한 차이를 남다른 기회로 활용하는 법도 여기에서 체득했다. 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오는 사람은 없다. 땀흘려 번 돈의 가치를 알고 이를 몸소 실행하는 사람이 많아야만 진정으로 풍요로운 사회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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