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현행 보육체계를 ‘맞춤형’으로 개편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종일제(12시간) 보육이 필요 없는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전업주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엄마들이 최대 12시간씩 아이를 맡기는 데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에서 한 학부모는 반일형(맞춤형) 선택을 포기했다. 반일형을 신청하면 어린이집에서 주는 오후 간식을 먹지 못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학부모는 “다른 아이들이 간식을 먹을 때 우리 아이만 혼자 멀뚱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반일형 아이는 집에서 오후 간식을 따로 챙겨줘야 하는데 부담스러워하는 엄마가 많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 혹은 3시30분까지로 제한할 계획이다. 하지만 0~2세 아이들의 낮잠 시간인 이 시간에 일부만 집에 보내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린이집 교사인 이지숙 씨(30)는 “잠을 자는 분위기를 잡기 어려울뿐더러 재우지 않으면 아이가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오후엔 늘 낮잠을 자던 아이의 생활 패턴을 갑자기 바꾸라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도서지역은 어린이집 통원 거리가 먼 편이다. 하지만 반일형을 선택한 아이 한 명을 위해 어린이집이 추가로 차량을 운행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엄마가 직접 데리러 가면 왕복 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차량 운행을 한다고 해도 문제다. 교사가 반일형 아이를 데려다주는 사이 남은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엄마들 사이에선 전업주부의 보육료가 깎이면 어린이집 수입이 줄어 어린이집에서 추가 보육료를 요구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한 전문가는 “무상보육으로 이미 어린이집과 학부모들 모두 12시간 보육 패턴에 익숙해져버린 상황”이라며 “한 번 늘린 복지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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