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수 중심의 규제개혁을 폐기한 것 자체는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공식적인 규제건수는 2013년 1만5265건을 정점으로 2014년 1만4928건, 올 8월엔 1만4608건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그 효과를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가시 정도만 뽑을 뿐, 암덩어리 규제는 여전한 탓이다. 총리실이 규제비용총량제 전면 실시를 들고 나온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한계가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16개 부처를 대상으로 규제비용총량제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부처마다 ‘착한 규제’, ‘나쁜 규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창구지도나 유권해석을 통해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행사하고 있는 것을 과연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부처들이 또 무슨 꼼수로 대응하고 나설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를 풀라고 여러차례 언급했던 푸드트럭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 資?국회는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규제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예산 지출을 수반하는 법안을 정할 때 재원마련 대책을 함께 세우도록 하는 이른바 ‘페이고(pay go)’ 법안(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국회의 입법권 침해라는 주장에 해당 상임위원회에서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도 다르지 않다. 내년엔 국가부채가 처음으로 GDP 대비 40%를 넘을 것이라고 하는데도 이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후 규제관리를 아무리 강화해봐야 소용없다. 정부부터 아예 새로운 규제를 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게 옳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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