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구단들처럼 스스로 벌어 생존해야
[ 김현석 기자 ] 삼성이 삼성 라이온즈 등 프로스포츠 구단을 자립시키기로 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부터 첼시 FC 후원을 중단하는 등 방침을 바꿨고 현재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에선 올림픽 파트너 계약만 유지하고 있다.
삼성의 이런 변화는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삼성은 브랜드 컨설팅사 인터브랜드가 작년 10월 발표한 ‘2014 글로벌베스트브랜드’에서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순위를 더 끌어올리려면 브랜드 마케팅보다는 애플처럼 제품·서비스에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게 삼성 고위층의 생각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매출 511억원 중 296억원을 삼성전자 등 계열사로부터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받았다. 관객 입장수입은 73억원에 불과했다. 계열사 지원에도 순손실이 171억원에 달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LA다저스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LA다저스는 지난해 경기당 관람객 수가 4만명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5배를 넘는다. 관객들이 구장에서 쓰는 돈도 1인당 6만원(56달러)이나 된다. 삼성 계열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라이온즈와 달리 코카콜라 AB인베브 스테이트팜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스포츠단 마케팅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국 유럽 등의 앞선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스는 무료 티켓을 없애고 관객이 없는 2층을 광고판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 푸드트럭도 도입했다. 경쟁사 광고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삼성의 스포츠단 자립 실험은 국내 스포츠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에 소속된 스포츠단은 큰손으로 활동해왔다. 앞으로 자유계약선수(FA) 선발보다는 2군 양성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선수를 조달하고, 팬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정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시장이 미국 등에 비해 작고, 프로경기 티켓값도 낮아 5년 내 자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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