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 실험으로 패딩 불량률 확 낮춰…지구 한바퀴 돌며 맛집 유치
[ 김병근 기자 ]
황혜정 현대백화점 식품바이어는 이달 7~12일 하와이로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400만원에 이르는 휴가 비용은 전액 회사가 지원했다. 황 바이어의 공로는 해외 유명 맛집 7곳을 유치해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그가 지난 한 해 동안 다닌 해외 출장 이동거리는 4만여㎞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거리와 맞먹는다. 그가 보여준 업무 열정에 걸맞게 상 이름은 ‘패셔니스타(passionista)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셔니스타상은 올해 제정돼 지난 7월 첫 시상식을 열었다. 열정(패션·passion)적으로 일한 직원에게 주는 상으로, ‘옷 잘 입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fashionista)에서 차용했다.
이 상을 제안한 사람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이다.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그룹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가치인 도전, 열정, 자율, 창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한 직원을 선발해 포상하자는 취지에서다.
백화점, 그린푸드, 홈쇼핑, HCN, 리바트, H&S, 드림투어 등 전 계열사를 합쳐 28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도전과 열정의 가치를 잘 실천한 직원들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황 바이어는 일본 3대 롤케이크 중 하나인 도지마롤로 유명한 몽슈슈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에 10여차례 출장을 간 끝에 몽슈슈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최봉관 한섬 부장은 1000여번의 실험을 거쳐 다운패딩 교환 및 수선 비율을 6.5%에서 0.4%로 낮췄다.
이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이는 회사 경영진이 아닌 동료 직원들이다. 전체 임직원이 직접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만으로 수상자를 뽑았다. 정 회장은 “포상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공유해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조직문화 개선에 가장 중요하다”며 “앞장 서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너무 고맙고,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하겠다”고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지난해에는 ‘퍼스트펭귄상’도 제정했다. 무리 중 가장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처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도전한 직원에게 주는 상이다. 성과를 낸 직원뿐만 아니라 실패했더라도 도전정신을 평가받은 직원도 상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55명, 올해 40명이 이 상을 받았다. “고객의 신뢰와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는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지론이다.
윤영식 현대백화점그룹 미래전략팀장(상무)은 “좋은 아이디어와 업무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을 막고 의미 있는 도전을 장려하자는 취지”라며 “인재 육성을 강화하는 뜻에서 최근 청평에 그룹의 첫 합숙 연수원도 지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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