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키우는 '관피아 방지법'] 누군 되고, 누군 안되고…공무원 재취업심사 '고무줄 잣대' 논란

입력 2015-09-22 18:06  

같은 부처 출신이라도 업무연관성 심사 제각각
"취업불가 이유도 설명 없어"



[ 조진형/김주완 기자 ]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얼마 전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사표를 쓰고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심사를 신청했다. 그의 업무 경력을 따져봤을 때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조언을 바탕으로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는 심사 후 취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는 “공직자윤리위에서 취업제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아직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며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려면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직자윤리위는 매달 취업 심사 회의를 열고 퇴직 공무원과 민간기업 간 업무 연관성 등을 따져 취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퇴직 공무원이 신청한 367건을 심사해 277건(75.4%)은 ‘취업 가능’, 67건(18.2%)은 ‘취업 불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심사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퇴직 전 업무 연관성을 따져 취업 가능 여부를 가린다고 舊嗤?심사 대상마다 결과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P씨는 지난 3월 공직자윤리위 심사에서 국토부 직속 산하기관인 해외건설협회 회장으로의 이직을 승인받았다. 전직 국토부 1급 공무원이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나가는 것도 허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 세 명은 지난달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부회장, 한국지역난방기술 사장, 한국자동차협회 상무로 나란히 자리를 옮겼다. 환경부 서기관 두 명도 각각 한국환경산업협회 상임부회장, 한국산업폐자원공제조합 부이사장에 취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서기관 한 명에 대해선 대두공업협회 전무 이직을 ‘퇴짜’ 놓은 반면 다른 서기관은 한국사료협회 전무 이직을 허용하기도 했다. 사료협회 전무는 앞서 농식품부 다른 공무원이 이직을 신청했을 때 허용하지 않았던 자리다.

공무원들은 공직자윤리위의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결과만 통보하고 탈락 이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을 강화한 제도가 3월 말 시행된 이후 국민정서법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주완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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