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브랜드명에서 '스탠다드차타드' 뺀다

입력 2015-09-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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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행장 "이름 어려워 인지도 떨어져"…한국 진출 10년 만에 새 전략

박 행장의 지속적 요청에 영국 SC그룹도 수용
브랜드명 확정해 내달 교체

"금융상품·영업전략 등 한국에 더 친숙해져야"



[ 박한신 기자 ]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국내에서 ‘스탠다드차타드’라는 행명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스탠다드차타드라는 이름이 너무 길어 국내 금융소비자에게 친숙하지 않고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10월 한국SC은행 또는 SC은행 가운데 하나로 행명을 고칠 방침이다.

한국SC은행의 행명 변경은 박종복 행장(사진)의 지속적인 요청을 영국 SC그룹이 수용한 것으로, 앞으로 그의 공격적인 영업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행장은 SC그룹이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처음 임명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다.

○‘스탠다드차타드’ 떼는 SC은행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 SC그룹은 지난 1월 취임한 박 행장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사업에서 스탠다드차타드라는 명칭을 쓰지 않기로 했다. SC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2011년 말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다시 회사명을 변경했다. 이번에 4년 만에 브랜드 전략을 재차 수정하는 것이다.

박 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라는 명칭이 길고 어려워 한국에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룹 수뇌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SC은행은 다음달 새 이름을 확정한 뒤 서울 공평동 본점 간판 교체와 브랜드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제일은행 출신인 박 행장은 애초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되돌릴 것을 영국 본사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발전하려면 장년층에게 여전히 인지도가 높은 옛 제일은행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본사와의 협의에서 ‘SC제일은행’은 이미 사용했던 이름이라는 점,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의 제일은행 인지도가 장년층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SC’로만 은행명을 쓰기로 했다.

○한국화 전략 가속화한다

SC그룹은 중국에선 차타은행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중국인이 부르기 좋도록 그룹명의 일부만 음차해 쓰는 일종의 현지화 전략이다.


박 행장도 취임 후 한국SC은행을 ‘한국적인 은행’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가 개조 승합차를 타고 전국 영업점을 돌며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것도 현장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열심히 뛰도록 하기 위해서다.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개선해 임금피크제 연내 도입 합의 등의 성과도 거뒀다.

박 행장은 “SC은행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한국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은행 이름부터 금융상품의 내용, 영업전략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뒤 경영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646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SC은행은 올 1분기 32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고 2분기엔 순이익을 790억원으로 늘렸다. 올 상반기에만 111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SC은행 관계자는 “SC은행에는 과거 제일은행 시절의 영업망과 충성도 높은 고객이 남아있어 재도약의 여지가 충분하다”며 “한국화 전략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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