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백신 후발주자 한국, 제약사에 맡겨두고 손놓은 정부

입력 2015-09-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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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이슈-가을 백신대전

다국적 빅5, 시장 90% 장악
27조원 규모 세계 백신시장, 한국은 7000억원에 불과

2020년 자급률 80% 목표 불구, 정부 재정적 지원은 전혀 없어
미국은 세포배양에 1조 지원



[ 김형호 기자 ]
한국은 백신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독감백신은 신종플루 사태를 겪고 난 뒤 2009년부터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고부가가치인 프리미엄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가 장악하고 있다. SK케미칼이 폐렴구균백신, 대상포진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세계 백신시장은 사노피, GSK, MSD, 화이자, 노바티스 등 ‘빅5’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세계 백신 시장은 257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시장은 7000억원 규모에 머무르고 있다. 자궁경부암 등 프리미엄 백신 등장과 소아용 콤보백신에 힘입어 글로벌 백신 시장은 연평균 12%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 성장률은 8~10%로 화학의약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00년대 말 신종플루 사태를 겪은 뒤 정부는 뒤늦게 백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백신제품화 지원단’을 꾸리는 한편 백신 자급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목표를 발표했다. 2014년 국내 백신 자급률은 30%에 불과했다. 물량으로 따져도 외국산이 60%를 차지하고 국산은 40%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백신 자급률을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리고 2020년에는 80%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놨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백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방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필수예방백신과 생화학테러백신을 포함한 28종 중 10종에 그치고 있다. 자급률은 36%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 70%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나마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등의 고부가가치 백신은 자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업계에서는 수요 예측이 쉽지 않은 백신산업 특성상 백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세포배양 백신 생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데 백신 자급화에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신 임상시험 등을 지원하는 제품화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등의 재정적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백신 개발은 전적으로 개별 제약사에 맡겨진 상황이다. 여기에 프리미엄 백신은 선발업체인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 소송으로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필수접종백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 생산 업체들이 당분간 글로벌 구호 시장 입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庸?단계적으로 프리미엄 백신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2010년 기준 백신 시장은 북미 52%, 유럽 29% 분포이지만 2020년에는 이머징 국가에서의 백신 보급률이 상승하면서 비중이 3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유니세프와 범미보건기구(PAHO) 등을 통한 구호용 백신 시장 규모도 5~10%가량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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