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레이시아 채권 국내판매 의혹 재조사 불가피하다

입력 2015-09-23 18:07  

현직 총리가 연루된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의 부실 채권이 대형 국제금융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이다. 나집 라작 총리와 국영투자기업인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 사이의 돈세탁 혐의가 미국 FBI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사흘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크게 보도한 데 이어 어제는 파이낸셜타임스도 7억달러에 달하는 뉴욕의 부동산 거래대금이 라작과 관련한 계좌로 흘러간 것에 대한 수사 사실을 보도했다. 스위스 검찰이 관련 계좌를 동결했다는 외신도 있었다.

1MDB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2012~2013년 발행된 47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 부실문제다. 라작은 국내외에서 유치한 이 자금으로 개발사업에 나섰으나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쪽의 에너지사업과 부동산 투자 등의 부실로 지금은 채권가격이 발행가보다 2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1MDB와 관련한 26억링깃(약 7300억원)이란 거액이 스위스계 은행 등을 거쳐 라작 계좌로 흘러갔다는 의혹이다. 개도국의 전형적인 권력형 금융비리 스캔들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역시 이 부실채권에 총 5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다. KIC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보험회사 등 10여곳이다. 원금을 일부 회수했으나 현재 6000만달러 정도의 손실을 안고 있다. 의문은 이들이 이 채권에 투자하게 된 과정이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과 홍콩지점이 판매에 관여했는데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당판매 혐의로 조사도 받았다. 징계 대상으로 몇 번이나 안건 상정과 보류가 반복된 끝에 결국 검찰로 넘어갔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국제적인 권력형 스캔들로 확인돼가는 만큼 미진한 사항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검찰은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 판매행위에 대한 자본시장법 예외 규정이 모호하다며 관련 규정을 구체화해줄 것을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중개 과정에서 뒷말도 없지 않았다. 로펌과 전직관료 관련설 같은 ‘한국적 의혹’이었다. 말레이시아 펀드의 판매과정에서 불법이나 문제점이 없었는지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관련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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