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쟁력 제고 세미나
저성장·저금리 이중고…비이자 비중 늘려 타개해야
"정부, 수수료 산정 개입 말고 시장 경쟁원리에 맡겨야"
[ 김은정 기자 ] 국내 은행의 총수익에서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비중이 10%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은행은 비이자수익 비중이 전체의 37%로 국내 은행의 네 배 이상이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금융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한 데에서 이런 차이가 나온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수익 비중을 늘릴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서울 명동 YWCA회관에서 열린 ‘국내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익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국내 은행과 미국 은행의 수익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17개)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지난해 총이익의 9.1%에 그쳤다”며 “반면 미국 상업은행(5605개)은 이 비중이 37%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비이자수익은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을 제외한 수수료, 신탁, 유가증권, 파생상품 등에서 얻는 수익을 말한다.
특히 수수료 이익 감소폭이 컸다. 17개 국내 은행의 지난해 총 수수료 수입은 6조6700억원으로 2013년보다 1.7% 줄었다. 2012년까지 7조원을 웃돌았지만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김 연구위원은 “송금이나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등 개인 대상의 수수료 수입이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2%에서 지난해 7.5%로 떨어졌다”며 “이 가운데 ATM은 제 수수료를 못 받다 보니 은행들이 연간 844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운영 중”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외환송금 수수료도 2012년 1조원에서 지난해 9670억원까지 감소했다.
비이자수익 급감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암묵적인 수수료 인하 압박이 주요 요인이다. 금융서비스에 대해 제값을 못 받다 보니 수수료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부가 최근 수수료 책정 과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낮은 수수료에 익숙한 고객들이 수수료를 올리는 걸 받아들이겠느냐”며 “다음달 계좌이동제 시행 등을 앞두고 소비자의 반발과 이탈을 우려해 은행 입장에선 수수료를 올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이자수익에만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여파로 은행들이 예대마진만으론 자산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위기 때 은행이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이란 얘기다. 국내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7.8%의 자산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왜곡된 수수료 결정구조가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거래비중이 높은 소비자에게 수수료 인하나 맞춤형 자산관리 등 혜택을 더 줄 수 있는데도 일괄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유지해야 하는 현 상황에선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이 ATM 등 수수료를 현실화하고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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