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SK텔레콤, 저평가 수출주·고배당주 등
매수 몰리는 종목에 관심을
[ 윤정현 기자 ]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분간 외국인의 적극적인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연기금이 올 4분기(10~12월) 증시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대형주와 고배당주를 매수하는 등 연기금의 매매패턴을 따라가는 식으로 투자 전략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연금, 추가 매수 여력은
국내 연기금은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연초 이후 23일까지 7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6월부터 누적 순매수 규모가 꺾이기 시작한 외국인과는 다른 행보다. 외국인은 올 하반기 들어서만 7조414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올해 외국인이 777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연기금은 75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업계는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등의 변수가 남아있는 4분기에도 연기금의 매수세가 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전후해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며 “통상 연기금의 매수세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집중됐던 만큼 올해도 남은 기간 증시 수급의 밑바탕은 연기금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전체 연기금 수급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이 12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설정한 올해 국내주식 투자 목표금액은 106조2000억원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17.9%에서 올 상반기 19.3%로 높아졌다”며 “같은 시기 국내주식 운용 규모도 83조9000억원에서 95조8000억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내외 경기부진 등에 따라 국내 주식 매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4분기 국민연금의 매수 여력은 3조9000억원 정도”라며 “그럼에도 시장 수급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규모”라고 말했다.
○대형 수출주·고배당주에 관심
4분기 주식시장이 국내 연기금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올 하반기 들어 연기금의 매수 자금은 주로 삼성전자(5220억원) 현대자동차(3605억원) 기아자동차(2088억원) 등 대형 수출주와 SK텔레콤(1707억원) KT&G(1238억원) 등 고배당주로 쏠렸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은 과거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이 1%대 초반에 그쳤지만 주가가 저평가된 데다 자사주 매입, 배당금 증액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어 연기금이 선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7.1%씩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텔레콤과 KT&G는 과거 3년 평균 배당수익률이 각각 4.6%, 4.2%로 높은 편이다.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대상 카지노업체 GKL(10.6%)과 화학회사 휴켐스(13.6%)도 연기금이 추가로 사들일 만한 기대주로 꼽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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