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티쿤 올람'

입력 2015-09-23 18:29  

창의가 소명의식인 유대인
투철한 개혁의지로 무장해
'남과 다름' 강조하는 정신
한국 청년들에게 귀감 돼야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



히브리어로 ‘티쿤 올람’이란 말이 있다. ‘세상’을 의미하는 ‘티쿤’과 ‘고친다’는 뜻의 ‘올람’이 합쳐진 단어다. “신이 세상을 창조해 인간을 보냈다면, 인간은 그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대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유대인은 “신의 은총으로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보답으로 살아 있는 동안 뭔가 좋은 것 하나는 남겨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또 “이 세상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른 이유는 신이 세상에 필요한 역량을 한 사람씩 나눠줬기 때문”이라 믿는다.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한 그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의식에 따라 유대인들의 교육은 철저하게 ‘남과 다른 나’를 지향한다.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 방식이라야 용인되는 교육이다. 아무리 학생이 유대인의 전통 윤리를 담은 책 ‘탈무드’를 줄줄 읊어도 “그래서 도대체 ?생각이 뭐야”라고 교사가 묻는 게 유대인 교실의 풍경이다.

유대인은 7년에 한 번은 탈무드를 통독한다. 대를 이은 토론을 통해 주석을 더하거나 바꾼다. 탈무드 관련 주석서는 현재 63권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동양의 사서삼경이 수천 년 동안 일점일획도 바뀌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보면 유대인의 개혁의식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일단 모든 것을 부정한 뒤 새로운 창조를 모색하는 유대인의 ‘티쿤 올람’ 사상은 오늘날 미국 나스닥시장을 쥐고 흔드는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세웠다.

세계인이 “강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간다”고 할 때 그들은 “바다에서 육지로 흐르는 강”을 생각했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담수화 공정을 통해 60센트의 전기료로 바닷물 1t을 식수로 바꾼다. 연간 필요한 식수 5억5000만t 중 90%를 바닷물을 걸러 먹는다. “강은 바다에서 발원하여 산으로 흐른다”는 그들의 주장이 억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이여, 이 세상에서 당신의 얼굴과 같은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없다면 당신은 도전할 자격이 있다. ‘티쿤 올람’ 정신으로.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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