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리고 양재천 뛰는 삼성 임원들

입력 2015-09-24 15:52   수정 2015-09-25 21:51


(김현석 산업부 기자) 서울 도곡동 양재천변은 주변 주민들에게 매우 인기 있습니다. 산책로가 길게 펼쳐져있고,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아름답게 변합니다. 자연환경이 좋은데다, 서울 강남구의 엄청난 재력까지 더해지며 최고의 산책로가 됐죠. 그래서 주말과 아침뿐 아니라 밤 늦게까지 퇴근한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유심히 보면 ‘복면’과 같은 햇볕가리개 등으로 얼굴을 가린 중년 남자가 꽤 됩니다. 모자도 푹 눌러쓰고요. 여성들이 주로 한 낮에 사용하는 햇볕가리개를 왜 중년 아저씨들이 밤에 쓰고 다닐까요.

최근 복면을 쓰고 저녁에 양재천변을 걷는다는 한 중년 남성을 만났습니다. 삼성 현직 임원인데요, 이 분의 말에 따르면 복면 쓴 이는 대부분 삼성 임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이 근처엔 삼성이 짓다가 외환위기로 미분양이 생겨 그룹 임원에게 특별분양했던 타워팰리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별나게 삼성 전·현직 고위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죠.

그 때문에 양재천변을 걷다보면 워낙 예전에 모시던 높은 분을 자주 마주친답니다. 부인과 함께 운동이나 산책을 하다 윗사람들을 만나면 바로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오래 서서 얘기할 꺼리도 없어 아예 얼굴을 가리?뛴다는 겁니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삼성 전·현직 임원들을 찾아봤더니 정말 많더군요. 부회장 출신만 따져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 김순택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현직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여기에 삽니다. 사장급은 더 많습니다.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김인주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등 현직뿐 아니라 배호원 전 삼성증권 사장, 이순동 전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 지대섭 전 삼성화재 사장 등이 거주합니다.

불편하면 이사가도 될덴데 왜 다들 모여살까요. 이는 타워팰리스가 대치동 학원가에 가까워 자녀 교육에 편리하고 생활환경도 뛰어날 뿐 아나라 양재천과 대모산 등 자연환경도 좋아 한번 자리잡으면 떠나질 못해서라고 합니다. 게다가 타워팰리스부터 서초동 삼성 사옥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불과합니다. 떠날 수 없으니 앞으로도 복면을 쓰고 저녁에 뛸 수 밖에 없겠습니다. (끝)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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