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자책 vs 종이책

입력 2015-09-24 18:10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 오춘호 기자 ] 1990년대 전자책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것이 출판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미래학자들은 전자책이 종이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2015년이 되면 독서 인구의 60% 이상이 전자책을 이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파다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도 전자책이 안 팔리고 있다고 한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자책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나 감소했다. 킨들 같은 전자책 단말기 판매도 크게 줄어들었다. 단말기 판매량은 2011년 2000만대에 이르렀지만 2014년에 1200만대로 감소했다. 한동안 히트를 쳤던 전자책 대여업도 불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호황기 대비 무려 20%포인트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종이책 판매는 올 들어 11% 늘어났다고 한다.

이를 두고 미국 출판업계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전자책 르네상스시대가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복고 문화를 선호하고 독서도 종이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무료 서적 사이트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 등 세계의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선 중요 서적을 PDF 파일로 무료 보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이책의 부활은 출판사들이 전자책과 싸우며 일궈놓은 피땀 어린 혁신의 산물이다. 출판사들은 물류센터를 정비하고 배송 기간을 단축시켰다. 표지를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아마존 사이트에서 구입하는 하드 커버(겉표지)책과 전자책의 가격 차이는 5%도 채 되지 않는다. 출판사들은 전자책 가격을 인상했지만 종이책은 올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종이책에는 감동과 매력이 있다. 작가 조 퀴넌은 이렇게 얘기했다. “전자책은 정보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에겐 이상적일 것이다. 지하철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것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만질 수 있고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런 책을 원한다. 그들에게는 전자책이 쓸모없을지 모른다.”

한국에선 출판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333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000원이 또 줄었다. 단행본 한 권 값도 안 된다. 하지만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대박 영화가 자주 등장하고 TV에선 드라마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흘러나온다. 한국에선 전자책과 종이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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