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

입력 2015-09-24 18:28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jshyeo@scourt.go.kr >


사랑이(가명) 아빠는 미혼부다. 사랑이 아빠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건강보험과 보육비 지원 등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관계등록 선례상 미혼부가 아이의 생모 이름을 쓰지 않고 하는 자녀 출생신고는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아빠 또는 엄마가 소정의 서류를 갖춰 신고하면 된다. 그런데 법률상 혼인 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좀 다르다. 이런 경우 아이 엄마가 하는 게 원칙이다. 미혼모가 자녀를 출생신고할 때 아이 생부의 이름을 알 수 없는 경우엔 아빠의 이름 없이 출생신고를 해도 아무 문제 없다.

그렇다면 미혼부가 아이 엄마의 이름 없이 출생신고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아이를 출산한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미혼부는 아이가 친자라고 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아이 엄마의 존재가 출생 사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 꼭 필요한 사항이고, 생부가 자신에게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법적 부자관계를 인정하는 절차를 밟을 때도 아이 엄마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미혼부는 단독으로 자녀의 출생신고가 불가능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부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었다. 미혼부가 법원에 유전자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자신을 자녀의 특별대리인 또는 후견인으로 삼는 선임 신청을 하고,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는 등 오랜 시간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이 때문에 많은 미혼부가 이 같은 절차를 포기하고, 보육원에 아이를 고아로 신고한 뒤 입양하는 편법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5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른바 ‘사랑이법’이다. 미혼부가 생모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우선 잠정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도록 해주되, 훗날 아이 엄마가 누군지 밝혀졌을 땐 이중등록부로 간주해 앞서 작성한 등록부를 폐쇄하는 것이다.

‘사랑이법’은 오는 11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가 훨씬 용이해진다. 미혼부와 그 자녀의 복지 혜택이 진일보하길 바란다.

여상훈 < 서울가정법원장 jshyeo@scourt.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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