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의 상징 자동차…자동차 수출 비중, 전체의 20%
폭스바겐, 자동차 고용 30% 차지
히틀러때 탄생한 폭스바겐
M&A로 12개 브랜드 보유…상반기 판매 세계 1위
[ 박종서/강현우 기자 ]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그룹 회장(68)이 디젤엔진 배기가스량 조작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23일(현지시간) 물러나기로 했지만 사태는 오히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저감 눈속임 장치가 유럽에서 판매된 차량에도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스바겐의 초대형 ‘사기극’이 자동차는 물론 독일 제품 전반에 신뢰의 위기를 몰고오면서 그리스 경제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이 독일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나치정권에서 탄생해 상반기 판매량 세계 1위의 ‘자동차제국’을 건설한 폭스바겐이 창사 77년 만에 붕괴 위기를 맞았다.
○“사태 여파 수년간 이어질 것”
외신은 24일 네덜란드 ING은행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폭스바겐 사태가 독일 경제에 미치는 위협이 그리스 경제위기보다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폭스바겐의 사기극은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독일산)’ 전체를 믿기 어렵게 했다”며 “메르스데스벤츠와 BMW 등 자동차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다른 산업에도 여파가 미쳐 독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바겐 사태가 독일 경제 위기론으로 번지는 이유는 자동차산업이 독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데, 이 중 자동차 수출이 전체의 20%가 넘는다. 독일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77만5000여명으로 3명 가운데 1명은 폭스바겐에서 일한다. 자동차업계의 판매 부진은 독일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브르제스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음달 폭스바겐의 북미지역 판매량이 급감한다면 독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CMC마케츠의 마이클 휴슨 애널리스트는 “독일과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명성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의 여파는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기가스량 조작 사태는 폭스바겐 제국에 치명타를 입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피치는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편입했다. 등급 강등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피치는 그룹 명성이 추락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파문으로 폭스바겐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스웨덴의 노디어자산운용은 “폭스바겐에 미칠 재정적 충격을 예상할 수 없다”며 반 년간은 투자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밝혔다.
○M&A로 ‘자동차제국’ 건설
지금은 최악의 골칫덩어리 신세로 추락했지만 폭스바겐은 최근까지도 승승장구했다. 일본 도요타를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폭스바겐이 폭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인수합병(M&A)이었다. 폭스바겐이 거느린 자동차 브랜드는 12개에 이른다. 1964년 아우디를 인수했고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M&A에 나섰다. 1990년 스페인 세아트를 시작으로 1994년 체코 스코다를 사들였고 1998년에는 벤틀리와 부가티, 람보르기니까지 인수하며 저가 시장과 고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했다.
2005년 519만대였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1014만대로 늘었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504만대로 도요타(502만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외신들은 “폭스바겐이 10여개 브랜드를 거느리며 시장점유율을 늘렸지만 이것이 오히려 족쇄가 돼 위기 상황에서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서/강현우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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