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에 승부건 하나금융투자, 자산운용 리더 노린다

입력 2015-09-25 07:10  

Cover Story - 하나금융투자

사명 바꾸고 금융투자사 새 출발
IB·부동산·대체투자 등 영역 확장
종합 금융서비스인 'PCIB'로
은행과 증권 시너지 극대화 노려

해외자산 분석에 강한 리서치센터
다들 조직 줄일때 오히려 인재 영입
올들어 업계 첫 일본 전담팀도 신설
시장 분석 기반한 영업력 강화



[ 이태호 기자 ]
지난 4월부터 여덟 차례. 하나금융투자가 중국 주식시장 급락 전 과열을 경고한 횟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력했던 신호는 투자자의 자산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나금융투자 ‘중국 1등주’ 시리즈 상품을 산 투자자들은 지난 6월 중국 증시 급락 전부터 최근까지 약 80%가 이익을 실현했다. 모두 3000억원어치가 팔린 히트상품의 성공적인 마무리였다. 경고 직전까지 전체 고객의 평균 수익률은 30%를 웃돌았다.

철저한 사후관리는 신뢰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투자수익률에 만족한 고객들이 다시 하나금융투자가 추천하는 유럽과 일본 주식 상품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는 것. 펀드매니저들도 올 상반기 시장 분석을 선도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업계 1위(한경비즈니스 조사)로 평가했다.

회사의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인 세일즈&트레이딩(S&T) 부문, 새로운 금융상품 발굴에 앞장서고 있는 투자은행(IB) 부문도 최근 수년간 꾸준한 이익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자산관리 명가(名家)를 넘어 ‘자산운용 리더’로 도약을 선언한 자신감의 배경이다.

금융투자회사로 새 출발

하나금융투자는 하나대투증권의 새 이름이다. 지난 1일자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1977년 대한투자신탁으로 출발한 하나금융투자는 2005년 하나금융그룹에 편입, 2007년부터 하나대투증권이라는 이름을 써왔다.

하나금융투자라는 새 이름은 주로 주식과 채권만 다루던 증권업의 울타리를 뛰어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회사 측은 IB와 대체투자, 부동산 등 폭넓은 상품을 운용하는 일류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나금융그룹을 대표하는 금융상품 창구로서 위상을 강화한다는 목적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일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의 출범과 함께 계열사 통합 금융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고객이 일류로 평가하는 금융투자회사가 되기 위한 열쇠’는 자산운용 능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회사의 투자 수익률이고,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홍콩 주가지수 급락으로 다수 대형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서 큰 손실을 낼 때 하나금융투자 S&T부문이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차별화된 위험관리 능력의 성과다.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증권사의 미래가 자산관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산운용 능력으로 판가름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전 사업 분야에서 마련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자산운용의 리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그룹 통합 서비스 강화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세밀한 부분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하나금융투자 자산관리(AM) 사업부가 올해 사업 목표로 내건 구호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작은 부분부터 착실히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다. 온·오프라인 고객 채널(창구) 효율화와 복합점포 확대, 그룹 상품의 판매 협상력 강화 등이 주요 과제다. 은행과의 연계 계좌, 그룹 통합 멤버십인 ‘하나 멤버스’ 등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모든 준비 작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PCIB(personal corporate investment banking) 서비스의 완성이다. 기존 PIB와 CIB를 합친 포괄적인 개념으로 하나금융투자가 창조해낸 고유 표현이다. 쉽게 말해 거액 자산가와 기업 등 모든 고객에게 IB 상품을 포함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투자자와 회사의 윈윈(win-win) 구조를 지향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투자 IB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상품을 개인 수요에 적합한 중·단기 상품으로 쪼개 팔고, 은행의 대출 고객사에는 채권 발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고객 수익률에 기반을 둔 직원 평가를 강화하고 IB 관련 서비스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PCIB 서비스의 주요 무대는 금융그룹 역량을 집결한 복합점포다. 하나금융투자는 痔?KEB하나은행과 함께 40여곳에 PCIB 복합점포를 설치, 운영 중이다. 작년 말 정부의 복합점포 도입 관련 규제 완화로 확장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양제신 하나금융투자 AM 총괄 부사장은 “신경을 하나하나 이어야 하는 접합 수술처럼 작은 부분에서부터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 극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기반 해외 투자 선도

매일 오전 7시30분 하나금융투자 직원들의 눈은 전 지점에 설치된 대형 TV를 향한다. 본사 리서치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닝 미팅’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방송은 30분 동안 시장 분석에 기초한 추천 상품들을 소개한다. 지점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리서치센터 기반 영업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판매 상품 중 리서치센터 추천 종목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지점과 개인 주요 평가 잣대로 활용된다. 고객을 보호하려면 ‘묻지마 투자’를 막아야 한다는 장 사장의 신념에 따른 조치다.

강한 리서치센터를 위한 회사의 노력도 남다르다. 2014년 많은 증권사가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리서치센터를 축소할 때 하나금융투자는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지속했다. 2013년 조용준 리서치센터장 영입 당시 55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70명으로 불어났다.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해외 자산분석이다. 국내 상품만으로는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팀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4명의 애널리스트를 배치했고 올 들어선 업계 최초로 일본 전담 팀도 신설했다.

조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기반 영업이 항상 더 큰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위험으로부터 자산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저성장·저금리 시대 안정된 수익률을 추구하는 글로벌 상품 분석으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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