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고향' 대림동으로 귀성하는 중국 동포들

입력 2015-09-25 16:49  

옛 친구도 만나고…중국 고향 전통음식도 즐기고

국내 거주 중국 동포 70만명
가족단위 정착 많아져 추석 연휴때마다 대림2동으로
식당·노래방 2주전 예약 끝…대림역 유동인구 하루 1만3천명
중국 송금액 줄고 현금인출 늘어



[ 박상용 기자 ]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인 서울 대림2동은 추석 연휴 동안 중국 동포에겐 ‘제2의 고향’이다. 가족까지 모두 한국으로 이주한 중국 동포가 많아지면서 명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고향(중국) 대신 대림동을 찾아 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동포들의 귀성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은 올해 1월1일 기준 95만3422명으로 이 중 69만4256명이 중국 동포다. 2011년 48만8100명에서 42.2% 늘었다.

25일 오후 대림2동 중앙시장은 명절 음식을 사려는 중국 동포로 붐볐다. 상점 매대에는 송편이나 전 등 한국 전통음식 대신 양꼬치, 찐빵, 요우빙(기름에 튀긴 빵) 등 중국 음식이 올라와 있었다. 서울지하철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500여m 이어진 길에 늘어선 상점은 사람들로 붐볐다. 상점 인근의 마라탕(중국식 매운 샤부샤부) 전문점 주인은 “지금은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다”며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안산, 인천, 서울 자양동 등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모두 대림동에 모인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가 추석 연휴에 대림동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국내 중국 동포 밀집지역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상권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고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다. 추석 연휴 동안 지린, 하얼빈, 옌볜, 선양 등 출신지별로 고향 모임도 열린다. 이 때문에 지하철 7호선 대림역은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림역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는 대림역에서 내리는 중국 동포 이용객이 증가한다”며 “하루 평균 이용객이 평소보다 20~30%가량 늘어난 1만3000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연휴 기간 서울 시내 지하철 이용객이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일대 음식점과 노래방의 명절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8년 전 지린성에서 한국에 왔다는 한 일용직 근로자는 “추석에는 일이 없어 쉬는데 집이 좁아 이곳 식당에서 고향 친구나 친척들과 만나 밥을 먹고 노래방에 간다”며 “장소 예약은 2주일 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명절을 맞아 중국으로 가는 동포는 줄었다. 대림동에서 영업 중인 한 여행사 직원은 “명절이라고 고향에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는 중국 동포는 10년 전부터 크게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혼자 한국에 나와 돈을 벌던 동포들이 가족까지 다 데려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은 줄고 있다. 하나은행 대림역출장소의 해외 송금액은 5년 전 300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약 1000만달러까지 줄었다. 명절 기간 현금 인출은 늘어난다. 추석 당일에는 대림동 현금출납기 곳곳에서 돈을 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김득환 대림역출장소 소장은 “추석 당일에만 현금출납기 세 대에서 3억원 정도가 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소외 등에 따른 정체성 혼란을 겪는 중국 동포에게 대림동이 정신적 안식처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혜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2000년 이후 중국 동포들은 한국에 와 대림동에서 생활하다 새로운 직업을 얻어 다른 지역으로 2차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림동은 한국과 중국을 잇는 문화의 통로로 중국 동포들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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