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5일자 A4면에 ‘환경부의 엉터리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환경부가 폭스바겐 수입차량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유로5’용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가 아니라 ‘유로6’ 기준의 엔진을 넣은 신차만 검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를 조작한 1100만여대의 차량이 유로5 엔진을 달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유로5와 유로6는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을 뜻한다. 유로6는 2013년 유럽연합(EU)에서 적용하기 시작해 지난 1일부터 한국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본지 기사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차량들이 유로5의 적용을 받아 생산된 것인 만큼 유로5 적용 차량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사가 나간 뒤에도 환경부는 “지난 24일 이후 경기 평택항으로 수입된 폭스바겐 신차만 조사하는 게 맞다”는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배출가스를 줄이는 저감장치인 만큼 이 저감장치가 장착된 신차를 조사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적발된 차종은 질소산화물 제거 장치(LNT)나 선택적 요소수 환원장치(SCR) 등으로 질소산화물 발생량을 줄였다”며 “우리가 조사하는 폭스바겐 신차들이 이런 기술을 쓰고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에 면죄부만 주는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증시험을 받을 때만 저감장치가 작동하고 실제 주행 시엔 저감장치가 멈추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쓰다 적발됐다. 국내 한 전문가는 “2011년 폭스바겐이 한국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국내에서도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디젤 차량도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차뿐 아니라 이미 팔린 차도 조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길 바란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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