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등돌린 요우커…명품업체도 떠난다

입력 2015-09-29 18:33  

중국 부패단속 강화로 관광객 급감…태그호이어·코치 등 매장 폐쇄

구찌·프라다 등도 떠날 채비…중국 업체들이 빈자리 채워



[ 나수지 기자 ]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쇼핑의 천국’ 홍콩을 떠나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인 매장 임대료 탓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명품업체들이 떠난 자리는 인지도 상승을 노리는 중국의 명품업체들이 채우고 있다.


○홍콩 떠나는 명품업체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찌의 모기업인 프랑스 케어링그룹, 프라다 등 명품업체들이 홍콩 매장주와 임대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임대료 인하에 실패하면 바로 매장을 폐쇄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부 매장을 철수한 업체들도 있다. 스위스 고급 시계업체 태그호이어는 홍콩 번화가 러셀 스트리트에 있는 매장을 폐쇄했다. 미국 코치도 이달 센트럴 쇼핑지구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의 문을 닫았다.

명품업체들이 홍콩을 떠나는 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시진핑 정부의 廣勤눗?운동 때문에 명품을 사려고 홍콩을 찾는 중국인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7월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 감소했다.

홍콩의 임대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회사인 CBRE에 따르면 홍콩 주요 상권 임대료는 뉴욕보다도 비싸다. 올해 1분기 기준 홍콩의 평균 임대료는 0.09㎡(1제곱피트)당 4334달러(약 517만원)로 뉴욕의 3617달러보다 높았다. 게다가 명품업계 본사가 몰려 있는 유럽의 유로화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시행하는 홍콩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중이어서 업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투자은행 UBS의 스펜서 렁 애널리스트는 WSJ에 “홍콩 센트럴 쇼핑지구 1층을 기준으로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임대료 비용이 고점에서 70% 정도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명품업체들이 빈자리 채워

홍콩을 떠난 글로벌 명품업체의 빈자리엔 중국의 명품업체들이 들어섰다. ‘명품쇼핑의 메카’인 홍콩 센트럴 쇼핑지구에 매장을 내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에서다.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중국 명품업체들엔 수익성보다 브랜드 홍보가 먼저다. 홍콩 임대료가 여전히 높지만 최고점에 비해선 낮다는 점도 중국 명품업체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회사 존스랑라살에 따르면 홍콩 임대료는 올 들어 15%가량 떨어졌다.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잇따라 임대료 협상을 벌이거나 홍콩을 떠났기 때문이다. 타산이 맞지 않는 높은 수준의 임대료지만, 홍콩 매장을 탐내왔던 중국 명품업체들엔 과거보다 매력적인 가격이 된 것이다.

중국의 보석 브랜드 라오펑샹은 지난 5월 홍콩에 첫 매장을 열었다. 수년 안에 매장을 2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167년 전통을 가진 데다 중국에서는 매장이 3000여개 있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지만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왕엔셩 라오펑샹 마케팅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 “홍콩에 매장을 열면 라오펑샹이 세계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 중국 본토에서도 가치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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