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코치가 먼저 찾는 명품 가죽, 해성아이다

입력 2015-09-29 19:03  

제82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가방시장, 부가가치 높아
의상용 가죽 생산 접고 명품가방 가죽에 주력
작년 수출 2155억 달성…내년에 제6공장 완공
"2017년 매출 3000억 목표"



[ 이지수 기자 ]
양영대 해성아이다 대표는 외환위기가 한창인 1998년, 피혁제조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지인들은 모두 아니라고 했다. “제조업 경험도 없고 경기도 최악인 상황에서 왜 사양산업에 왜 뛰어드느냐”고 극구 말렸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피혁제조업을 시작했다. 아직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명품브랜드 핸드백 시장의 높은 부가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999년 3월, 핸드백 원단으로 쓰이는 피혁제조 전문업체 해성아이다를 설립했다. 자본금 40억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17년 만에 연매출 2255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라다 코치 토리버치 등 세계 유명 브랜드 가방에 쓰이는 가죽의 상당 부분을 해성아이다가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23.5% 늘어난 2155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95.6%에 달한다.

양 대표는 제82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瓚悶編? 한국경제신문은 수출 확대와 고용 증대에 기여한 중소 수출기업인을 매달 한 명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IMF 때 가능성 엿본 핸드백

양 대표는 1990년 8t 화물차 두 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성아이다의 최대 주주인 신풍운수의 출발이었다. 이 회사는 주로 무역 실무를 대행했다. 반월과 시화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부산과 인천항으로 옮기고 세관까지 통과시켜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발발한 위환위기로 거래 기업의 상당수가 무너졌다. 신풍운수는 빚이 없었고 그동안 쌓아둔 여유자금이 있어 형편이 괜찮았다. 그는 운수업만으로는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서 위기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감했다.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 눈여겨 보던 피혁제조업체 한 곳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양 대표는 다음날 회사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피혁제조업체들은 의상용 원단을 주로 생산했지만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공장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갔다. 양 대표는 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업하기로 결정했다. 의상용 가죽은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핸드백용 가죽을 제작하기로 했다. 양 대표는 “운수업을 하면서 업체들과 해외 패션쇼 관람을 위한 출장을 많이 다녔다”며 “당시까지 국내에는 명품 핸드백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철저한 품질관리가 비결

양 대표는 “꼼꼼한 품질관리와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가 명품브랜드들이 해성아이다 제품을 찾게 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피혁제조 회사지만 매년 매출의 5%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2008년에는 크롬 등 중금속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양 대표는 2017년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 착공하는 제6공장이 완공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같은 사골로 끓인 설렁탕이라도 주인에 따라 맛 차이가 난다”며 “장인정신으로 명품 가죽을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산=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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