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앞에 흙 묻은 관이 놓여있던 이유

입력 2015-09-30 10:59   수정 2015-09-30 11:40


(김인선 지식사회부 기자) “형석아, 안돼 가지마.”

이영숙 씨(49)는 밤에 꿈을 꿨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유학간 아들 형석(가명·당시 19)이 나타난거죠. 이씨는 이튿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이씨는 아들의 미국 유학을 주선한 어학원 원장과 어렵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 형석이가 글쎄 친구와 다투다 병원에 실려갔대요.” 이씨의 등허리로 서늘한 바람이 훅 지나갔습니다. 2010년 12월의 일이지요.

“형석 군이 사고가 있던 날 오후 1시40분경에 한국인 동급생 A군(당시 17세)과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받던 중 다투다가 머리를 맞고 쓰러졌습니다. 저희 학교 측에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어요. 그러나 병원에서 오후 7시경 뇌사 판정을 내렸습니다. 유감스럽네요.”

형석 군은 뇌사 판정을 받은 지 이틀만에 숨을 거뒀고, 부검이 실시됐습니다. ‘시신 머리에 둔탁한 타격으로 대뇌출혈이 있었고, 이는 싸움으로 인한 것이다. 사인은 외상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이다.’ 미국 현지 경찰이 의뢰한 부검감정 결과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지요.

미국경찰은 A군을 체포해 감옥에 송시했고, 그를 소년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형석이가 먼저 저한테 주먹질을 했어요. 그만두라 해도 멈추지 않아서 형석이 배를 발로 찬 것 뿐이라고요.” A군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 미국 현지 수사당국도 A의 의견을 채택했고,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그를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이씨는 차갑게 변한 아들을 끌어 안았습니다. “아들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억울함을 풀어줄게.” 이씨 부부는 아들 시신을 국내로 운구해 와 경기 송추 가톨릭공동묘지에 안장했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씨 부부가 가해학생인 A가 국내에 들어와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이씨는 지난해 1월 A의 거주지가 있는 청주지검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검찰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9월 안장됐던 피해자 시신을 다시 부검했지요. 하지만 사건담당 검사가 계속 바뀌면서 수사는 원점을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이씨는 검찰에 기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땅 속에 있던 아들의 관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앞에 운반해 왔습니다. 그리곤 “진실을 밝혀달라”며 400여일 동안 1인시위를 시작했지요. 지난달까지만해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동문에 가면 흙이 묻어 있는 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판사는 “꼭 저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제 그 관은 사라졌습니다. 청주지검이 A씨(현재 22세)를 폭행치사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로 지난 9월 1일 결정했기 때문이죠. 茱柰甦ㅐ?난 다음날 지검 동문 앞을 가보니 관 위 꽃바구니가 놓여 있더군요. 거기엔 ‘축 기소’란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날 검찰청 수위실은 부산스러웠습니다. “아까 이씨로부터 관을 치우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보기에도 안좋고 사실 골치덩이였거든요.”

이씨의 남편, 즉 형석군의 아버지는 영화배우 이상희입니다.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KBS '연개소문' 등과 영화 '된장' '내 깡패 같은 애인' '시크릿' 등에 출연했다고 하네요. (끝) /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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