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품업체 담합…삼성전자도 당했다

입력 2015-09-30 18:00  

일본산 콘덴서 12년 담합…한국 수입액 4조7천억원

공정위, 후지쓰 등 조사…수천억대 과징금 가능성
피해기업도 소송 나설듯



[ 황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본 콘덴서제조업체 여덟 곳이 최대 4조원대의 담합을 한 혐의를 잡고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의 담합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전자업체는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을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30일 “콘덴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가 있는 일본 전자부품업체의 본사와 한국법인 등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일본산(産) 콘덴서는 안 들어가는 전자제품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은 파나소닉 산요 후지쓰 니치콘 닛폰케미콘 다이오유젠 히타치케미컬 NEC토킨 등 여덟 곳이다.

담합 혐의 기간은 2002~2013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일본 업체가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자백해 공정위는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8개 일본 전자부품 업체 임원들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정기적으로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 탄탈 전해 콘덴서 등의 가격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의 세계 콘덴서 시장 점유율 합계는 담합 기간 60% 내외를 유지해 글로벌 시장의 콘덴서 가격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매년 발간하는 기계통계연보를 보면 2002~2013년 일본의 콘덴서 생산액은 총 6조329억엔(약 59조5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이 담합의 유혹에 빠진 것은 한국 대만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과 콘덴서 수요 감소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본 업체들은 2008~2009년 적극적으로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기 침체로 주요 콘덴서 납품처인 가전·정보기술(IT) 업체들의 판매량이 감소했던 시기다. 일본 업체들은 콘덴서 수요 감소로 발생할 수 있었던 출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담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2009년 일본의 콘덴서 생산액은 3962억엔(약 3조9000억원)으로 2008년 5773억엔(약 5조7000억원) 대비 31.4% 급감했지만 일본산(産) 콘덴서 판매단가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3.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2~2013년 한국의 일본산 콘덴서 수입액은 총 39억9454만달러(약 4조7700억원)다. 대부분 콘덴서 시장점유율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조사 대상 일본 업체들의 매출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는 이른 시일 안에 조사를 완료하고 위원회 심의를 거쳐 과징금 부과액과 시정명령 등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담합 과징금은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의 최대 10%까지 부과된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이 수천억원대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로부터 담합 기간 동안 콘덴서를 납품받은 한국 기업들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작년 2월 대만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및 브라운관 제조사 다섯 곳을 상대로 100억원대 규모의 가격 담합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가 2011년 10월 이들 업체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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