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278개 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다.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이 국내 증시 전체의 7%나 된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주식을 더 사기도 어렵고 팔기도 힘든 구조다. 이른바 ‘연못 속 고래’의 딜레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국내 주식비중을 줄이고 대신 해외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주식투자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해외주식과 채권투자, 그리고 대체투자를 망라한 전체 수익률은 2013년 4.15%, 2014년 5.20%에 이어 2015년 상반기에도 4.40%로 양호하다는 지표도 인용된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의 존재이유를 무색하게 하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한 강제보험이다. 이는 결국 국민에게서 돈을 걷어 해외 기업에 투자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국내 소비가 안 되고 정부가 기업의 해외투자까지 억제하자는 마당이다. 기업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법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전 국민에게서, 그것도 강제로 돈을 모아 해외로 들고나간다면 이는 웃기는 논리가 되지 않겠는가. 국내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디플레는 더한층 구조화될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자거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자는 위험한 주장들도 난무하고 있다. 공사화는 지금 같은 운용체계에 어떤 구조적 개선도 이끌어낼 수 없다. 수익성을 운운하지만 연못 속 고래라는 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성과급을 기반으로 투자조직화하자는 주장도 수익성과 함께 안전성을 조건으로 하는 국민연금에는 맞지 않는 ‘옷’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공룡화할수록 수익률 관리가 어려워진다. 기금 규모는 2043년 2561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44년부터는 연금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줄기 시작해 2060년엔 완전히 고갈될 예정이다. 지금은 주식을 사는 것만 말하지만, 팔아야 할 시점이 이미 정해져 있는 시한부 기금이라는 것도 제약요인이다. 수익률을 위해서라면 기금을 두세 개로 분할해 경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어차피 지금 같은 구조의 국민연금기금이 마냥 유지될 수는 없다. 매년 필요한 연금액을 걷는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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