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경묵 지식사회부 기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사람들에게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 원인이 ‘뱃속의 거지’가 아니라 유전자 변이 즉 유전자의 기능이 고장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비만을 치료할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얘기입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신성철)는 뇌?인지과학전공 김규형 교수(사진) 연구팀이 음식을 잘 먹고 있어도 굶고 있는 상황과 유사한 대사 상태를 가진 돌연변이 예쁜 꼬마 선충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지난 30일 밝혔습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뇌과학 및 발생학 연구에 각광받고 있는 예쁜 꼬마 선충(C. elegans)을 실험동물 모델로 사용해 예쁜 꼬마 선충의 개체발생 과정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예쁜 꼬마 선충은 개체발생 중 주변에 먹이가 부족하고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을 경우 정상적인 개체발생 과정을 멈추고 휴면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유전학적 스크린 방법을 통해 주변에 먹이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휴면에 들어가는 돌연변이 예쁜 꼬마 선충을 찾아냈습니다. 이러한 특정 돌연변이 예쁜 꼬마 선충은 CaMKI 유전자 (칼슘-칼모듈린 의존성 단백질 인산화 효소로 신경발생 및 기능에 중요한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돌연변이 예쁜 꼬마 선충은 먹이를 잘 먹고 있는 상태에서도 굶고 있는 상태처럼 인슐린 분비가 현격히 줄었습니다. 특히 먹이를 감지하는 특정 감각신경세포의 활성도가 굶고 있는 상태처럼 높아져 있음을 규명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예쁜 꼬마 선충의 특정 감각신경세포가 대사 상태에 따라 인슐린과 유사한 다양한 호르몬들을 분비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김규형 교수는 “예쁜 꼬마 선충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사람의 CaMKI 유전자의 대사조절 관련 기능을 새롭게 규명했으며 이번 연구로 비만, 당뇨 등 대사성 질환의 원인 유전자 발굴 및 치료 개발 연구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인슐린의 새로운 기능 및 역할 규명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예쁜 꼬마선충은 실제로 보면 그다지 예쁘지않습니다. 예쁜 이라는 이름은 사실 그 모습이 예쁘다기보다는 생명공학분야에 미치는 그 활용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그렇게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 피알리 생굽타(Piali Sengupta)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이라이프(eLIFE) 9월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DGIST 뇌?인지과학전공 박사과정 박지수 학생과 석?박사 통합과정 홍명진 학생이 공동저자로 참여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DGIST 플래그쉽 일반사업, 한국연구재단, 미래창조과학부, 포스코청암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책임교수 문제일)은 뇌를 주제로 전공의 제약 없이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교육 및 연구를 통해 고령화 시대 진입과 현대 물질문명 심화에 따라 증가하는 뇌 관련 질환의 예방 및 치료와 새로운 뇌 관련 산업 창출에 필요한 융복합 기술 개발에 특성화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끝) /okmook@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