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FDI 유치 가로막는 탁상행정

입력 2015-10-01 18:07  

"한국 경제위상 비해 저조한 FDI
투자에 대한 위험보다 가능성 주목
사업실현 가능성 높이게 지원해야"

김완순 < 고려대 명예교수·경영학 >



지난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31% 늘어난 190억달러(신고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300억달러 규모의 FDI를 유치하고, 세계 10위권의 FDI 유치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난해 FDI 순유출도 207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 증가에 따른 국내기업의 해외 투자나 현지 제조설비 건설 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FDI 순유출 전환이 급작스럽게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24%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3% 신장하는 데 그쳐 자본유출입의 불균형이 우려할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로 주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잔액 수치를 살펴보면 2014년 한국은 12.8%로, 30% 이상인 중국과 싱가포르, 30% 수준의 기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물론 20%인 세계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경제적 잠재력에 비해 FDI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규제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기업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성장 기회를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찾고, 한국은 투자 적격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행정절차, 국민정서와 정치논리가 법보다 우선시되는 일관성 없는 규제 정책은 외국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사업은 각 부처의 탁상행정으로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리시가 2007년부터 추진해온 GWDC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그린벨트인 토평·교문·수택동 한강변 172만1000㎡ 부지에 조성된다. 호텔이나 고급 건축물에 사용되는 실내장식, 가구, 조명, 마감재 등을 주문 생산하고 유통하는 대규모 디자인 무역센터가 핵심시설이다. 외국계 투자사와 54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최근에는 건설사와 투자사 등 국내 대기업 12곳이 건설투자 협력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원 마련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사업이 실현되면 11만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되고 비즈니스 및 관광객 방문으로 적잖은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FDI 유치에 힘써야 할 정부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외국 투자기관으로부터 법적 구속력을 가진 투자계약을 체결해 투자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라는, 현실성이 결여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제관행에 어긋난다. 행정절차도 완료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직접 투자계약을 맺을 외국 투자기관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GWDC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외자 유×?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좌절된다면 전국 지자체들의 신규 프로젝트 의지가 꺾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국내 지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투자에 대한 위험요소만 두려워해 투자로 인해 얻게 될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한다면 경제 성장 동력 확보는 요원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지자체들의 FDI 유치를 격려하고,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드는 데 있다. 지자체의 사업 구상이 논리가 부족하거나 위험이 있다면 반대할 근거를 찾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주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완순 < 고려대 명예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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