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시리아 내전 개입…아사드 정권 구하려는 까닭은

입력 2015-10-01 18:17  

오랜 우호관계…경협 파트너
'우크라 분쟁' 주도권 포석도
미·러, 긴급 군사회담 개최키로



[ 임근호 기자 ]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째 시리아 반정부군에 공습을 가하면서 5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이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과 반정부군,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3중으로 맞물린 시리아 내전 사태에 러시아까지 가세해 시리아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무대로 확대될 조짐이다. 미국은 정권 교체를 주장하며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26년 만에 중동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며 아사드 정권을 지키려는 이유는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우호 관계 때문이다. 1944년 국교를 맺은 양국은 1971년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가 집권하면서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권위주의 스타일의 아랍 민족주의자로 30년 가까이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하페즈는 반서방 친소련 정책을 펴며 이스라엘과의 대치 국면에서 소련에 크게 의존했다. 자연스럽게 시리아는 중동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소련의 우방이 됐다. 시리아에 소련제 무기가 대규모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하페즈가 집권한 이후부터다. 2000년 정권을 물려받은 틥永?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그대로 이어갔다.

경제적으로도 시리아는 러시아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많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이 시리아의 석유·가스 개발, 석유화학공장 건설, 가스관 공사 등에 참여했다.

또 다른 이유는 리비아 사태의 교훈이다. 2011년 러시아는 내전 중이던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해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공격을 허용했다. 러시아에선 중동 우방국 가운데 하나를 너무 쉽게 서방에 내줬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 때문에 시리아는 호락호락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리아 사태에 공세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서방과의 우크라이나 분쟁 타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는 이른 시일 안에 군사회담을 열기로 했다. AFP통신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유엔본부에서 만나 양국 군의 대립을 피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회담을 여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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