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가 하락 (2) 세계교역 감소 (3) 중국 성장둔화
활로 안보이는 수출
[ 김재후 기자 ] 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과 수입이 9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8.3% 줄어든 435억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던 지난 8월(14.9%)보다는 개선됐지만, 올 들어 지속된 수출 감소행진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수입액은 345억6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8% 줄었다. 2009년 9월(-24.7%) 후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흑자는 89억5000만달러로 작년 9월(33억달러)의 세 배 가까이로 많아졌다. 무역수지 흑자는 2012년 2월 이후 44개월째다.
수출과 수입이 감소한 데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도 함께 낮아졌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입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의 무역 규모는 7279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8212억달러)보다 11.4%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무역 규모는 9600억달러 남짓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이후 4년간 이어진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는 올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1조달러를 밑돌게 되는 것이다.
올 들어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한국 수출 감소세는 주로 외부 요인 탓이라는 게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 하락세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는 작년 9월 배럴당 평균 96.6달러에서 올 9월엔 평균 45.8달러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단가도 동반 하락했다. 9월 수출 단가 하락폭은 13%에 달했다. 전체 수출 물량은 1년 전보다 5.4% 늘었지만 단가 하락폭을 상쇄하진 못했다.
유가와 연동된 품목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제품의 수출 단가는 1년 사이 배럴당 110.5달러에서 59.6달러로, 석유화학제품은 t당 1557달러에서 1141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9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각각 35.3%와 25% 감소했다.
유가가 높아야 활발해지는 해양플랜트 발주도 줄었다. 9월 선박 수출이 20.4% 쪼그라든 이유다. 지역적으론 유가에 따라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 독립국가연합(CIS)과 중남미 국가에 대한 수출이 각각 42.2%, 33.9% 감소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각국이 환율을 낮추고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을 쓴 탓에 세계 교역규모가 줄어든 것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7월까지 세계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70개국의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들었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같은 기간 한국의 교역 규모는 5.2% 감소에 그쳤다”며 “그나마 선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교역 규모는 5.4%, 일본은 8.4% 줄었다.
중국의 경기 하락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은 7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의 대외수입액은 1년 전보다 17.9% 줄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7%에 이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수출 감소세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커 정부로서도 동향만 점검할 뿐 딱히 해결할 묘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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