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법안 발의에 대해 진작 입법화했어야 한다고 찬성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가족 불화가 커지고 사적 영역에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불효자방지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현재의 민법과 형법은 패륜을 방조하는 법”
법안을 발의한 민 의원은 “현재의 민법과 형법은 사실상 ‘배은망덕 조장법’ ‘존속폭행 조장법’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현행 민법은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범죄행위를 했을 때만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 의원은 이로는 부족하다며 학대 기타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에도 증여를 취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여 철회 기간도 기존 6개월은 너무 짧다며 1년으로 연장하고 이미 증여한 재산도 반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헌 대한노인회연합회 서울시 회장은 “부모의 재산을 가져갈 때는 여러 가지 형태로 접근을 했다가 일단 가지고 가면 나 몰라라 하는 염치없는 현실이 반복된다”며 “연합회의 130만 노인을 대표해서 이 법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찬성하는 이들은 유럽 여러 나라에도 비슷한 법이 있다는 점을 든다. 독일 민법 530조는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 대해 중대한 배은 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민법 제953조 역시 ‘증여를 받은 자가 학대·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또 오스트리아는 민법 948조에 ‘신체, 명예, 자유 또는 재산에 대한 가해 등 중대한 망은 행위에 대해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중장년층 중에는 그렇지 않아도 노인 학대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늦었지만 불효자방지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 반대 “부모·자식간 소송 잦아지고 증여 취소기준도 모호”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부모·자식 간 소송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상속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개정안대로 하면 자식이 증여받기를 포기할 경우 부모를 부양할 의무에서 자유로워져 개정안 취지와는 달리 자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존속폭행 친고죄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모·자식 관계의 특성상 피해 노인이 자녀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범죄를 더 음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개정안은 ‘학대와 그밖의 부당한 대우’ 등을 사유에 포함했는데 ‘학대’의 기준 자체도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그밖의 부당한 대우’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어떤 행위들을 포함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민법개정위원회에서 2013년 불효자방지법 내용을 포함한 민법 개정 시안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정부 입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관련된 기본법이고, 오랫동안 시행했기 때문에 개정을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친고죄 = 범죄사실을 고소할 수 있는 고소권자가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를 해야 처벌할 수 있는 죄. 형법상 모욕죄와 비밀침해죄가 이에 해당한다.
○ 생각하기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검토해볼 만”
이 같은 입법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노인학대 범죄의 증가와 핵가족화, 개인주의 만연으로 가 ?및 사회질서의 근간으로 작용하던 전통적 가치관인 효(孝) 사상이 설 땅을 잃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은 지난해 262건으로 10년 전인 2004년 135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발생한 노인 학대 사건은 5772건에 달한다.
그나마 재산이 좀 있는 부모들은 이 같은 점을 인식, 가능하면 자녀에게 재산을 일찍 넘겨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적잖이 보인다. 물질 만능이 되면서 이런 일은 더 잦아지는 양상이다. 외국에도 비슷한 입법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불효자방지법’을 제정하자는 요구에도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증여 취소를 할 수 있는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해 모호한 해석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치밀한 입법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법조문을 만들어야 하는 세태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빈곤 문제, 부족한 노인에 대한 복지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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