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리'보다 독한 '금사월'이 떴다

입력 2015-10-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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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제작진의 복수극 2탄
MBC 주말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시청률 19% 기록하며 대박 조짐

'떡잎부터 악녀'·무한 긍정 캐릭터 등
극단적 인물 설정으로 긴장감 높여



[ 유재혁 기자 ] 어린 사월이는 함께 사는 친구 혜상이의 눈물 어린 부탁으로 무대 커튼 뒤에서 바이올린을 대신 연주한다. 둘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사이다. 손을 다친 혜상이는 양부모가 관람하러 오는 공연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했다. 주요 인물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흔히 나오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청자의 예상은 빗나간다. 사월이의 연주가 발각되고 혜상이의 잔꾀가 드러난다. 어른 뺨치는 놀라운 아이들의 세상이다.

이들은 17년 후 건축계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사월은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혜상은 외국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두 여주인공의 남자친구나 숨겨진 친부모로 등장한 전인화·손창민 부부, 박상원·도지원 부부는 또 다른 삶의 굴레에 놓여 있다.

MBC 드라마 ‘내 딸, 금玲?rsquo;이 빠르게 인기를 모으면서 주말 안방극장을 점령할 태세다. 지난달 5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 중인 이 드라마는 지난달 20일 시청률 19%(TNMS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장보리 열풍’을 불러온 ‘왔다, 장보리!’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어린 혜상 역의 이나윤은 아역답지 않게 자유롭게 감정선을 넘나들며 ‘떡잎부터 악녀’ 탄생을 예고했다.

‘내 딸, 금사월’은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가 기획한 ‘의식주’ 3부작 중 삶의 보금자리인 ‘집’에 대한 드라마다. 집이란 공간에 인간의 욕망과 복수, 증오를 투영해 해체한 뒤 따스한 관계로 이뤄진 꿈의 집을 재건한다는 드라마판 ‘건축학 개론’이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핵심 요인은 이른바 ‘막장 복수극’에 있다. 신득예 역을 맡은 전인화는 전작 드라마인 ‘전설의 마녀’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복수를 위해 칼을 갈며 남편과 자식까지 이용하는 집념의 캐릭터로 다시 등장한다. 신득예는 남편으로 인해 망한 친정의 복수를 위해 참모습을 숨긴 채 살아간다. 첫사랑과의 외도로 낳은 딸을 보육원에 보낸다. 라이벌인 전처를 가족들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살충제를 먹는 자작극도 펼친다. 복수를 하나씩 성취할 때 시청자들은 긴장이 해소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김진만 MBC 드라마2부장은 “득예가 복수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악행들은 갈등관계와 주제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라며 “하지만 긍정의 아이콘인 득예의 딸 사월이가 이런 엄마의 악행마저 다 품는 대단원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화뿐 아니라 극단으로 밀어붙인 여러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질투와 욕심의 화신 같은 혜상,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월은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꽤 충격적인 캐릭터다. 개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려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해도 한쪽을 깊게 파내야 한다는 게 드라마 작법의 원칙이다.

손창민은 자식과 아내를 향한 삐뚤어진 사랑, 야망을 위해 폭력도 서슴지 않는 캐릭터다. 손창민의 전처는 신분 복귀를 위해 자존심을 버린 듯한 여인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비교해 보는 재미에 시청자들은 한 걸음씩 드라마에 빠져든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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