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잘라냈다가 붙이는 ‘유전자 가위’ 기술과 환자의 체세포에서 얻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유전성 정신지체 질환 중 가장 흔한 ‘취약 X증후군’ 환자를 치료하는 길을 열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줄기세포기반 신약개발연구단장·사진) 연구팀은 취약 X증후군을 앓는 환자에서 떼어낸 세포로 만든 iPSc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잘라낸 결과, 작동하지 않았던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한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취약 X증후군은 대물림하는 유전성 정신지체 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으로, 남성 3600명에 한 명꼴로 나타난다. 정신지체를 앓는 남성 환자의 6%를 차지한다. 이 질환은 ‘FMR1’이란 유전자(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 가운데 시토신구아닌구아닌(CGG) 서열이 과도하게 반복해서 나타날 때 걸린다. 정상인은 FMR1에 CGG 서열이 55개 이하지만 이 병에 걸린 환자는 200개 이상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환자의 몸에서 다 자란 체세포를 떼어내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 낮?인체의 어떤 세포로도 자랄 수 있는 iPSc를 만들었다. iPSc는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유전자를 다 자란 세포에 집어넣어 젊은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새 유전자를 집어넣는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이 줄기세포에서 지나치게 반복해 나타난 CGG 서열을 잘라냈다.
이렇게 일부 서열을 잘라낸 줄기세포를 다시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결과, 꺼져 있던 FMR1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면서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취약 X증후군처럼 유전자의 구조적인 변이로 나타난 질환의 치료 연구에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셀 리포트’ 지난 2일자 인터넷판에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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