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리더가 되는 법

입력 2015-10-05 11:21  

<p>[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하늘이 높아지고 한여름의 무더위가 상풍(商風)에 달아날 무렵, 동대문구청 강의실에선 20여명의 마을주민들이 모여 뜨거운 학습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p>

<p>마을에 관심이 있는 초심자부터 새마을부녀회, 통장, 주민자치위원회, 대학생협동조합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마을공동체가 무엇인지, 마을사업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알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p>

<p>수강생들은 이문동, 답십리1동, 회기동, 전농1동, 장안동, 제기동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찾아왔지만 마을에 대한 학습욕구만큼은 하나같이 열정적이었다. 이는 평소 자신이 사는 동네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함께할 동료 또한 찾지 못하다가 아카데미를 통해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p>

▲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수강생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동대문구 마을만들기 교육은 지난 9월7일 1강을 시작으로 9월23일까지 총 5강의 교육으로 구성됐다.</p>

<p>첫날은 동작구에서 마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림 선생님을 모시고 '마을은 00이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교육 첫날이니만큼 무거운 주제보다는 아직 일면식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아이스브레이킹 형식으로 진행됐다.</p>

<p>수강생들은 스티커에 오늘 자신의 기분과 이름을 써서 자기를 소개했다. 나이와 이름, 사는 곳을 말하는 형식적인 자기소개보다 감정상태를 말하다보니 조금 더 속에 있는 이야기가 나왔다.</p>

<p>서로의 이름을 알았다면 이제는 조금 더 가까워질 차례. 조별로 앉은 수강생들은 A4용지에 얼굴의 일부를 나눠그리며 완성시키는 재밌는 방식으로 동료들의 얼굴을 익혀나갔다.</p>

<p>이어 주사위를 던지며 다양한 질문과 미션을 해결하는 빙고게임이 이어졌고 분위기는 점점 화기애애하게 변해갔다.</p>

▲ 이창환 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마을만들기 수강생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1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이어진 강의는 성미산 마을에서 마을활동을 하고 있는 이창환 선생님의 '왜 마을인가!'라는 주제의 강의였다.</p>

<p>이창환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마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다. 옛날 시골 마을이 떠오른다는 답변도 있었고 사랑방이 떠오른다는 답변도 나왔다.</p>

<p>이 강사는 현재 도시가 가진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웃 간의 소외현상으로 고독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지역상권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에 잠식당해 자생력을 일어가며, 집값 상승으로 인해 해마다 살 곳을 찾아 이동해야만 하는 청년들.</p>

<p>강사는 이런 문제들을 주민들 스스로 해결한 사례로 성미산 마을의 자료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을 자연과 함께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욕구를 실현시킨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주민들의 바른 먹거리를 위한 마포두레생협, 예술 욕구와 끼가 있는 주민들을 위한 성미산 마을극장 등 성미산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냈다.</p>

<p>이창환 강사는 협동조합의 중요성과 함께 교육과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마을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p>

▲ 내가 꿈꾸는 마을을 발표하고 있는 수강생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요일이 바뀌어 진행된 2강에서는 사단법인 '마을'의 백해영 이사장님의 강의와 주민들이 꿈꾸는 마을을 이야기해보는 참여수업이 이어졌다.</p>

<p>'마을이 세상을 구한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 주제는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정책과 마을경제에 관한 현재의 흐름이었다. 아직은 민간의 힘이 부족한 동대문구 마을만들기 수강생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강의 중 하나였다.</p>

<p>백해영 이사장은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는 3가지 영역으로 국가(행정), 협동사회(사회적경제), 시장을 들었다.</p>

<p>마을공동체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과 함께 협동사회에 속하는데 시장, 국가와 교집합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p>

<p>이와 함께 현재 마을공동체 지원 현황과 공모사업을 통해 등장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해 주었다. 수강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꿈꾸는 마을공동체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고 포스트잇에 적어나갔다.</p>

<p>아쉬운 강의시간이 끝나기 전 포스트잇을 모아 전지에 붙이고 이를 하나의 마을로 만들어 조별 발표를 했다. 수강생들은 동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에 함께 웃으며 앞으로 탄생할 새로운 마을들을 기대했다.</p>

▲ 마을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강의하고 있는 양봉석 강사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3강과 4강은 마을 우수사례를 탐방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답사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p>

<p>16일 희망자들을 모아 삼각산 재미난 마을로 탐방을 떠났다. 수강생들은 삼각산 재미난 마을의 마을카페와, 재미난 학교, 마을목공방, 마을주점을 돌아보며 자신의 마을에 생겼으면 하는 시설과 모임을 떠올렸다.</p>

<p>한 주가 지나 21일 월요일에 다시 모인 수강생들은 함께 탐방을 가지 못한 동료들에게 소감을 발표하며 학습 내용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해 마을답사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동네로 답사를 떠났다.</p>

<p>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은 수강생들은 테이블에 남아 강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만들기 아카데미에 참여했다면 나올 수 없는 자발적인 모습이었다.</p>

▲ 조별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수강생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수료식이 있는 마지막 날. 마을이 무엇인지 배웠고 현재 생겨난 마을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를 학습하고 고민해본 동대문구 마을만들기 수강생들은 이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마을을 시작하고자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배웠다.</p>

<p>마을의제 개발과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해 마을공동체연구협동조합의 양봉석 강사가 진행을 맡아주었다.</p>

<p>양 강사는 사업의 종류와 지원 절차, 보조금 집행기준에 대해 강의를 먼저 한 뒤 실제 공모에 사용되고 있는 사업계획서를 기반으로 각자가 생각해 본 마을공동체 사업을 작성해보게 하였다.</p>

<p>20~40대까지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주부들을 위한 아이들 물품을 교환할 수 있는 아나바다 형식의 '우리 함께 해요!' 사업과 아파트 주민들이 정원을 가꾸며 소통할 수 있는 'APT 정원만들기와 이웃 소통' 사업, 마을 독거노인들을 위한 '독거노인들 반찬배달' 사업, 마을주민들의 다양한 학습욕구를 채울 수 있는 '청춘 사랑방' 사업 등 놀라운 사업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왔다.</p>

<p>이는 강사들의 열정만으로는 탄생할 수 없는 결과들이었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마을에 관심을 갖고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성과인 것이다.</p>

<p>이처럼 마을만들기 아카데미는 강사의 노력과 행정의 지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주민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지 않으면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p>

<p>5일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하면서 앞으로 각 구청마다 더 많은 마을만들기 아카데미가 진행되어 각 마을에 꼭 필요한 마을 계획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p>

▲ 자신의 마을에 필요한 사업계획을 직접 작성해 발표하고 있는 수강생들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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