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미국 금리인상 대비 외화유동성 1000억弗 더 확보해야

입력 2015-10-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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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 파장

한·미 금리차 좁혀지면 채권투자·기관대출 '썰물 탈출'
8월 외환보유액 3679억弗…유동외채 추정액 1800억弗
강달러·초엔저에 4200억弗 주식투자금 유출도 경계를

"미국이 금리를 올려 슈퍼달러, 초엔저가 심화하면
주식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한·미 간 금리 차가 좁혀져
채권투자 자금도 유출되는 등 유출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중간치 기준으로 현재 연 0.125%(0%와 0.25%의 중간치)인 연방기금 금리를 금년 말에 연 0.375%로 높이고, 매년 1%포인트 정도씩 점진적으로 올려 2018년에 정상적수준인 3% 중반대까지 올릴 것을 시사했다.

부진한 고용지표 탓에 10월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오는 12월15~16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2008년 10월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춘 뒤 7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된다.

한국은 임박한 미국 금리 인상과 그 뒤 2~3년간 지속될 미국 금리 인상이 초래할 점진적인 달러 강세, 엔화 약세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는 교훈을 잊으면 안된다.

미국 Fed는 1994년 1월부터 1995년 4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연 2.96%에서 연 6.05%까지 인상했다. 이 여파로 신흥시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면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1997년 동아시아 위기로 확산됐다. 이어 2004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연 0.98%에서 연 5.26%까지 인상했는데, 시장에 미리 시그널을 준 뒤 장기간에 걸쳐 완만한 인상 기조를 유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신흥시장국 위기는 피할 수 없었다. 한국도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스와프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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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차 좁혀지면 자금 순유출

1997년 말에는 외환보유액이 204억달러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한국 은행들의 외국 지점에 예치해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 때 사용할 수 없었다. 2008년 말에는 외환보유액이 2012억달러나 돼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진단했는데도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증가했지만 외채도 덩달아 늘었다. 단기외채 1490억달러와 장기외채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인 외채는 유사시에 만기 연장이 안 되므로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주식·채권투자 자금도 대략 3분의 1 정도는 유출되므로 정상적일 경우와는 다르게 ‘위기시 외환소요액(RAR·Reserve at Risk)’을 확보해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원화가 엔화 대비 큰 폭으로 절상돼 경상수지 흑자마저 급감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과거 미국 금리 인상 시기의 한국의 자본유출입 현황을 보면 한국 콜금리와 미국 연방기금 금리 차이가 작아진 시기, 즉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간 시기에는 채권투자와 금융회사 대출 중심으로 많은 자금의 순유출이 있었다. 반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커진 시기에는 주식자금 중심으로 순유출되는 경향이 발견됐다. 전체적으로는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작아진 시기, 즉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간 시기에 자본이 순유출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 강세, 엔 약세 추세도 우려

1994년과 2004년의 미국 금리 인상 시에는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작아진 뒤 시차를 두고 자본유출이 일어났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强)달러, 저(低)엔이 초래됐고, 이는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를 유발해 한국이 수출이나 경상수지에서 타격을 받아 주가 하락과 원화가치 절하가 예상되면서 자본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2년 중반부터 자본유출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종래와 다른 모습이다. 2012년 중반부터 시작된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로 인해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2012년부터 한국의 수출 둔화가 시작됐다. 주식시장이 미국, 일본, 중국과 달리 박스권을 지속한 데 따른 결과로도 보인다.

미국 금리는 제로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데 한국은 금리를 내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은행 대출과 채권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슈퍼달러, 초(超)엔저 현상이 심화되면 수출여건 악화로 주식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한·미 간 금리 차가 좁혀져 채권투자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도 유출되는 등 유출폭이 전례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미국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슈퍼달러, 초엔저에 따라 올 수도 있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정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필요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현재 3679억달러(8월 말 현재)의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단기외채와 장기외채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합한 유동외채 추정액 약 1800억달러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4169억달러(9월18일 현재) 중 유출가능 규모 등을 고려하면 약 1000억달러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통화스와프를 사용하더라도 520여억달러가 부족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중·일 3국(아세안+3)의 통화교환 협정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지간기구(CMIM) 인출가능액 384억달러까지 사용하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간기구 자금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까다로운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2선 외화유동성 확충해야

이 밖에도 달러가치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이 전망되는 경우 자본의 해외 도피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도 외환보유액을 사용하게 된다. 이 모든 경우를 고려하고 IMF 조건 이행이 부담되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 다자간기구 자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약 1000억달러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 해외 현지법인들의 단기 현지금융도 위기 시에는 갚아야 하므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조개혁 규제혁파를 통한 투자활성화, 점진적인 환율 상승, 최소한의 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금융부실을 최소화하고 주식시장 안정을 도모하면서 통화스와프 확대 등 2선 외화유동성 확충, 동남아 위기 전염효과 차단, 국제금융외교 강화 등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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