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파고를 넘어 도약하는 금융사] 22년 만에 보험규제 대수술…상품·서비스 무한경쟁 돌입

입력 2015-10-06 07:04  

보험사

가격·표준약관 자율화
'판박이 보험' 사라지고
상품개발 경쟁 불붙을 듯



[ 류시훈 기자 ]
국내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처한 현실을 1990년대 후반 일본 생보업계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외형 키우기에 몰두하다 저금리·저성장에 직면하자 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던 일본 생보사들의 전철을 한국 생보사들이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에선 7개의 생보사가 파산했다. 대부분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해 급격히 외형을 늘리다 저금리·저성장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위기를 맞았다. 일본 생보사들은 이후 상품구조를 바꾸고, 해외로 진출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당시 일본 금융당국은 일본 생보사들이 위험률에 대해 충분한 마진을 얻을 수 있도록 상품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일본 생보사들은 보장성보험에서 30% 안팎의 위험률차익(위험률 관리에 따른 이익·사차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 보험산업은 외형만 보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작년 말 기준 보험사들의 자산은 862조원,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는 세계 8위다. 국내 보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44만명에 이른다. 자산 규모가 은행(2558조원)엔 못 미치지만 종사자 수는 은행(12만명)의 세 배를 넘는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 경쟁력의 핵심인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부문에선 ‘세계 8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당국의 책임이 작지 않다. 규제에 길들여진 보험업계의 오랜 타성은 산업 자체의 활력을 떨어뜨렸다. 보험사들이 위험 보장이라는 업(業)의 본질보다는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상품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 경쟁에만 몰두해온 배경이다. 치열한 경쟁이 없다 보니 보험업계의 시장 점유율 순위는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10년째 그대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품 구성과 설계사에 주로 의존해온 판매 방식은 순위는 말할 것도 없고, 시장 점유율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찾아볼 수 없게 한 원인이 됐다.

이처럼 침체된 보험시장에 22년 만의 규제 완화라는 ‘태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세부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이 방안의 대략적인 내용을 밝혔는데, 상품과 가격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사실상 없애 보험업계의 질적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임 위원장은 “1993년에 상품 허가제를 사전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보험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22년 만에 보험에 관한 讀╂?틀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사실상 인가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보험상품 사전신고제가 폐지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된다. 또 다양한 상품 출시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표준약관도 전면 재정비된다. 소비자에게 미칠 파장이 큰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8개 표준약관은 2017년 초까지, 나머지는 2018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자율화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이나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 보험상품 가격 통제 장치도 폐지되거나 전면 재정비된다. 위험률 조정한도 및 할증한도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보험료 산정 및 보험금 지급 등과 관련해 적용되는 표준이율 공시이율 등의 규제도 단계적으로 자율화된다.

보험사들은 금융위의 이 같은 규제 완화를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22년간 지속된 규제가 풀리면 경쟁이 촉발되고, 다양한 신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사장은 “세부 내용을 봐야겠지만 규제 탓이나 금융당국 탓을 더 이상 할 수 없고,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그동안 규제에 막혀 시도하지 못했던 차별화된 상품 개발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보험회사들이 규제 때문에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경쟁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비슷한 상품과 판매 채널로 시장 점유율 수준의 성과를 적당히 내는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게 보험업계의 분위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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