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파고를 넘어 도약하는 금융사] 핀테크 시장 노크…해외진출 러시…금융사, 숨가쁜 혁신 시작됐다

입력 2015-10-06 07:10  

[ 박동휘 기자 ]
국내 금융산업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대출로 손쉽게 돈을 벌던 은행들은 저금리의 높은 파도에 막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던 보험회사들 역시 역마진의 공포에 직면했다. 알리바바 등 국내외 비(非)금융 사업자들은 호시탐탐 기존 금융회사의 텃밭을 노리고 있다. 돌아보면 사면초가(四面楚歌)요, 앞을 보면 망망대해(茫茫大海)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의 싹도 움트기 마련이다. 은행들은 최첨단 핀테크(금융+기술)로 무장한 채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해 세계 각국으로 뻗어 나가는 하나은행의 원큐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농협은행은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출범, 금융 프로세스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애플처럼 열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얘기다. 증권사들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공지능 자산운용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한국의 은행업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환골탈태했지만 그 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자산은 2558조원(작년 말)까지 늘었다. 하지만 2007년 14.60%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4.05%로 추락했다. 영국 국제금융전문지 ‘더뱅커’가 殮?발표한 100대 은행 중 국내 은행은 50위권에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

보험산업은 양적 성장에만 치중했다. 작년 말 보험권 자산은 총 862조원으로 세계 8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프리미어리그’인 국제보험그룹(IAIG)에 속한 보험사는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한국의 골드만삭스’ ‘한국의 맥쿼리’ 등을 꿈꿨지만 현실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성장의 시대에 고금리라는 달콤한 환경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탓이라고 지적한다. 은행만 해도 예대금리에 익숙했고, 보험사도 소비자의 돈을 받아 채권에만 투자해도 돈을 남기던 시절에 안주했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의 울타리를 걷어주되, ‘텃밭’에 안주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비대면(非對面) 인증 기술 등 핀테크 기업에 돈을 대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투자 관행을 갖고 있던 금융회사들이 벤처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만 해도 큰 변화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해외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에서 안착한 신한은행의 현장 경영은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시아 등에서 얼마든지 글로벌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한은행은 해외 진출 30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순이익 1억달러(약 1195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16개국 70개의 네트워크에서 1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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