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벨상이 발표되는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경쟁국인 일본과 수상 실적을 비교해가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치인들이 받는 평화상과 문학상을 빼고 순수학문 분야 수상자만 따졌을 때 지난해까지 한국 0 대 일본 20이었다. 외부에서 보는 한국의 학문 수준이 이렇게 바닥인데도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 정부와 과학계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이즈음 사설의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까지 등장했다. 그래도 산업화에선 아직 우리에게 뒤진다고 봤던 중국이 과학 분야 노벨상을 타기 시작하는 현실을 눈앞에 보게 된 것이다. 일본은 어제 물리학상을 또 받았다. 한·중·일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성적표는 현재 0 대 1 대 21이다. 더구나 중의학 분야에서의 노벨상이다. 한국 한의학은 아직도 비방 타령만 내세운다. 수상자인 투유유 교수는 소위 ‘3무’라고 한다. 중국이 최고과학자에게 주는 명예인 원사(院士)가 못 됐고 迷聆隙㏊? 외국 유학 경험도 없다. 말라리아 연구로 한우물을 팠는데 1971년 성공까지 실험이 190차례나 실패했다. 그가 발견한 아르테미시닌은 지금까지 동남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열대 지역에서 수백만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살려냈다.
문제는 이런 한우물 과학자가 나오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소란스러우며, 붕붕 떠 있는 부유 사회라는 점이다. 정치가 지배하는 사회적 소란 속에 산업이 무너지고 기업은 흔들리고 기술도 후퇴하고 있다. 묵묵히 한길을 파고드는 학자보다 연구비 잘 따내는 교수들이 득세하니 검박한 기풍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머리가 좋을수록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로 몰려간다. 또 그들은 얼굴이나 뜯어고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렇게 붕붕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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