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공기업] '전력수도 나주' 키우는 한전, 기업 500곳 유치해 일자리 3만개 창출

입력 2015-10-07 07:00  

한국전력

사우디·요르단서 전력사업
품질명장제 도입 경영혁신
지난해 6년 만에 흑자 전환
'돈 버는 공기업'으로 재탄생

전남 빛가람에너지밸리
글로벌 에너지 허브 육성 위해
중기 펀드에 2000억 출연



[ 김재후 기자 ]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품질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찾아내는 등 ‘회사 내부 혁신’과 본사가 이전한 전남 나주를 ‘빛가람에너지밸리’로 조성하기 위한 ‘나주 혁신’ 등 두 가지 방향으로 혁신을 끌어내고 있다. 그 결과가 이미 나타날 만큼 실행력도 뒷받침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한전 혁신

한전의 경영 혁신은 전력 품질을 높이고 부채를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토대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한전은 우선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제도를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09년 중단된 사내 ‘창안상’ ‘제안왕’ 제도를 작藪?재도입했다. 회사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창안상과 업무 수행 중 불합리를 개선하는 제안왕 제도는 작년에만 280건을 채택해 284억원의 경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품질명장 제도는 10년 이상 현장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장인정신을 발휘토록 해 품질을 높이려고 지난해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전국 품질대회’에서 대통령상 21팀을, 올해는 14팀을 배출했다.

이런 내부적인 경영 혁신이 모여 한전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규정전압 유지율 99.9%, 송배전 손실률 3.7%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품질을 달성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만족도에서 16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고, 올해는 한국품질경영학회가 주는 ‘2015 글로벌 품질경영인 대상’도 받았다.

품질을 토대로 경영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까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4조원의 부채 감축 계획을 수립했으며 지금까지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 부채비율이 129.9%였는데 올해 목표는 102.6%로 잡았다”며 “지금 추세라면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는 실적에 토대를 두고 있다. 2013년 12월 조환익 사장 취임 이후 2014년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으며 올해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순이익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사업도 순항 중이다. 세계적인 전력기술을 보유한 한전은 필리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전력사업에 진출해 수익을 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에서도 사업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한전은 2020년까지 해외사업에서만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전체 매출의 5분의 1가량이다.

나주 혁신

한전은 회사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본사가 이전한 나주시를 ‘대한민국 전력 수도’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우선 광주·전남혁신도시가 있는 나주~광주를 ‘빛가람에너지밸리’로 명명했다. 조 사장이 직접 뛰며 이곳에 전력 관련 회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빛가람에너지밸리에 2025년까지 글로벌 기업 500개를 유치하고,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한전이 작성한 글로벌 에너지밸리 조성 계획에 따르면 나주혁신도시 발전계획은 총 3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2년 뒤인 2017년까지 신산업 테스트베드, 2020년까지 에너지클러스터, 2025년까지는 글로벌 에너지 허브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1단계에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벤처기업 100개를 유치해 일자리 2100개를 창출하고 2단계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500개 기업 유치와 일자리 1만2000개 창출, 3단계까지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연구센터 등을 500개 들일 계획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중소기업육성펀드에 2000억원을 출연하고, 지역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지상 10층 규모의 에너지밸리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이전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유인책도 나주에 마련한다. 한전은 이달 세계 최초의 전력 분야 국제 신기술 및 발명전시회인 ‘빛가람 전력기술 엑스포(BIXPO 2015)’ 행사를 나주에서 연다. 전력 관련 신기술 콘퍼런스를 열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하면서 나주를 글로벌 에너지밸리로 각인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2000여명 참석이 예정돼 있으며 200개 부스를 마련했다.

지역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5월 ‘빛가람 동반성장 페스티벌’을 한전 본사에서 나주시와 공동 주최로 열고 혁신도시 내 3개 초·중·고교에 스마트에너지스쿨을 구축한 데 이어 400여명의 지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전기과학캠프를 열기도 했다. 지역 취약계층 학생 234명에게 장학금도 줬다.

지역 취약계층 창업자를 위해 사업비의 50% 미만을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해주고,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에 난방기기를 교체해줬다. 나주 본사 36개 처와 실은 1사1촌 결연을 맺어 36개 마을의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조 사장은 “한전이 빛가람 시대를 맞이한 건 숙명”이라며 “공공기관의 역할에 지역 상생이 추가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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