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는 조선사 구조조정] 대형 조선사 "우리도 힘든데 부실사까지 지원하라니…"

입력 2015-10-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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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책임 떠넘기는 정부

대형사도 조단위 적자·수주 부진 '악전고투'
"정부가 직접 나서 부실 조선사 통폐합해야"



[ 도병욱 기자 ]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에, STX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맡기는 ‘짝짓기식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조선사에 부실 중소 조선사를 떠안기는 식의 구조조정은 조선업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 자체가 수조원대의 손실을 내는 등 ‘혼자 살기’도 버거운 상황이어서다. 따라서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서 부실 조선사를 매각하거나 청산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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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까지 위기에 빠질 우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중소 조선사다.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이, STX조선은 산업은행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두 조선사에 투입된 돈만 8조원이 넘는다. 그굘Ⅵ?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책은행이 무턱대고 돈을 더 쏟아붓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대형 조선사에 떠넘기는 방법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조선사가 위탁경영을 맡으면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을 두루 지원해 경영정상화를 꾀하도록 돕는다. 영업력과 자금력이 뛰어난 만큼 중소 조선사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을 위탁경영하다가 정상화시킨 뒤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조선경기 전체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자사 도크를 채우기도 벅찬 대형 조선사가 다른 회사를 위한 영업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세계 선박 발주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아무리 대형 조선사라 해도 지금보다 수주량을 더 늘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대형 조선사들이 자사 물량 일부를 부실 조선사에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무활동 지원도 마찬가지다. 부실 조선사가 자금을 조달하려면 대형 조선사가 지급보증 등 재무 지원을 해야 한다. 긴급한 자금을 직접 지원해야 할 상황도 온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한조선의 위탁경영을 맡았을 당시 5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황이 영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에만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1조52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보유 자산을 내다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 조선사를 떠안기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손에 피 묻히지 않겠다는 정부

전문가들은 부실 조선사를 대형 조선사에 떠안기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조정 지연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이월이라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늦었더라도 조선업 전체를 내다보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부실 조선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정치권과 시민단체, 노동조합의 공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선업계가 공급과잉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없는 조선사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부실 조선사를 통폐합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원동 중앙대 석좌교수(前 청와대 경제수석)는 “채권은행들이 갖고 있는 중소 조선사들의 자산을 합쳐야 한다”며 “조선사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겠지만, 책임 있는 주체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조선사 임원은 “자기 지역구의 조선사를 절대 없앨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도 문제”라며 “이들에 휘둘리지 말고 조선업 전체를 내다보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업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정서를 감안해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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