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선택한 위험한 투자를 덜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헤지거래, 애초 아무 위험이 없었는데 새로 위험에 뛰어드는 것이 투기적 거래, 현재나 미래나 아무 위험 없는 이익을 좇는 것이 차익거래이다. 선도거래 등 파생상품 거래의 동기는 통상 이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해 보자.
A회사 주식을 가진 갑이 을에게 이를 한 달 후 F의 가격으로 매도하는 선도계약을 오늘 맺을 수 있다 하자. 이를 통해 갑이 가진 주식의 (매도)가격위험이 제거되니 이는 갑에게 헤지거래이다. 반면 애초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을이 한 달 후 갑으로부터 F의 가격으로 매수하는 이 계약을 맺으면 한 달 후부터는 그가 주식의 (매도)가격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니 이는 을에게 투기적 거래이다.
참고로 재무금융에서 투기적 거래(speculation)란 자신의 주관적 전망으로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가치중립적 개념이다.
한편 연이자율이 12%일 때 현 주가 100원인 A 주식을 한 달 후 F=102원에 을에게 파는 선도계약을 병이 오늘 맺을 수 있다 하자. 병은 오늘 은행에서 100원을 빌려 A 1주를 사고 또 을과는 한 달 후 이를 102원 ?파는 선도계약을 오늘 맺는다. 이 두 거래에서 병의 돈은 아직 한 푼도 들지 않았다. 한 달 후 병이 을에게 102원에 그 주식을 판 후 은행에 100×(1+0.12×1/12)=101원을 갚으면 1원이 남는다. 이 이익은 한 달 후의 주가와 상관없이, 즉 가격위험 없이 오늘 병이 확정짓는 무위험 이익이다. 이처럼 자신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또 아무 위험없이 돈 버는 것이 차익거래이다.
그런데 애초 을이 합리적 투자자였다면 병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 즉 애초에 위 주식의 선도가격은 101원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을이 비합리적이거나 혹은 투기적 투자자였다면 F=102원을 병에게 제시할 수 있다.
가령 을이 한 달 후 주가를 105원 정도로 주관적으로 전망한다면, 그리고 F=102원을 제시해야만 병이 거래에 응할 수 있다면 을은 선도거래의 이론가 101원보다 비싼 102원을 병에게 제시할 수 있다. 애초 주식이 없었고 또 위험을 싫어하는 병이라면, 무위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만 을과의 선도거래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선도거래에서 을은 투기적 거래, 병은 차익거래를 각각 실행하고 있다. 또 을이 한 달 후 주식을 반드시 보유해야 할 펀드매니저였다면 이 선도거래는 을에게 한 달 후의 (매수)가격위험을 제거해주는 헤지거래이기도 하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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