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에 '튀니지 국민기구'…'아랍의 봄' 혼돈속 민주화 이끌어

입력 2015-10-09 21:07  

"메르켈·교황 유력" 예상 깨고 '깜짝 수상'

'재스민 혁명' 이후 정국 혼란…집권당·야권과 협상 중재
내전 여전한 리비아 등과 달리 평화적 정권교체 이뤄내
튀니지 대통령 "국민의 영광"



[ 박종서 / 임근호 기자 ]
올해 노벨평화상은 2010년 시작된 튀니지의 민주화 과정에서 범(汎)국민적 단합과 평화적 정권교체에 기여한 민주화그룹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는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 불안을 잠재우고 모든 국민이 헌법에 기초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자대화’로 내전 가능성 막아

튀니지노동조합총연맹, 기업인연합회, 인권동맹, 변호사회로 구성된 국민4자대화기구는 2013년 출범했다. 당시 튀니지는 내전 우려마저 제기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심각했다. 2010년 12월 26세의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노』?단속에 항의해 분신자살하자 독재정권에 대한 반(反)정부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경찰이 시민들에게 발포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고 소요사태는 더욱 확대됐다. 24년간 장기집권했던 알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국민을 진정시키지 못했고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권력의 공백으로 튀니지는 큰 혼란에 빠졌다.

혁명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등장한 모임이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다. 노조원과 기업인, 인권운동가와 변호사들은 민주정부를 구성하자는 목적으로 한자리에 모였고, 2013년 10월15일 민주화 기구를 출범했다. 이들은 국민과 정치인, 공무원 등을 아우르며 정치와 종교에 따라 나라가 분열되는 것을 막고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벨위원회는 튀니지가 지난해 2월 성(性)과 종교, 정치적 견해를 따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기본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헌법을 채택하고 총선과 대선 등 두 차례의 선거를 무난히 치러낼 수 있었던 데는 이 단체의 역할이 컸다고 판단했다.

○“민주정부 구성의 방법론 제시”

튀니지 혁명을 계기로 이집트,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아프리카와 중동 각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연이어 발생하며 ‘아랍의 봄’이 시작됐다. 하지만 튀니지와 같은 성과를 거둔 나라는 없었다. 노벨위원회는 “민주와 인권을 위해 정부와 맞섰던 아랍인들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는 평화를 갈구하는 세계 여러 나라 국민에게 귀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은 수상자가 발표되자 “노벨평화상은 국민4자대화기구에 영예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선택한 단합과 대화의 해결책을 인정한 것”이라며 “국민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환영 일색의 반응을 내놨다. 유럽연합(EU)은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통합과 민주화를 이룩하는 길을 보여줬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EU는 모든 튀니지인과 함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이 단체에 수여되는 것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1901년 처음 수상이 이뤄진 이후 26번째다. 이번 노벨평화상은 시리아 난민 사태 해결에 앞장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막후에서 중재한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튀니지 민주화그룹이 받았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시청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800만크로네(약 11억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박종서/임근호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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