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기하다!”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가상공간 속 집현전 내부를 둘러보던 한 어린이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HMD는 보안경이나 헬멧형 기기로 눈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볼 수 있는 영상 장치로 가상 현실감을 실현하기 위해 개발된 기기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남서울대학교의 가상증강현실 전시장을 11일 오전 찾았다. 오락가락 비가 오는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의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가득채웠다.
한글날을 맞아 ‘조선시대와 세종이야기’를 주제로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한글, 측우기, 혼천의 등 조선시대 발명품들이 가상증강현실로 구현됐다. 남서울대학교 가상증강현실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했다.
“뒤를 보고 싶으면 그냥 고개만 돌리면 되나요?" HMD를 체험하던 한 어린이의 질문에 대해 김선겸 학생(남서울대 산업경영공학과 3년)은 “네,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하는 행동 그대로 하면 됩니다” 라며 “별도의 조작 없이 뒤를 보고 싶으면 고개를 뒤로, 옆을 보고 싶으면 恣낯?옆으로 돌리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실 속 몸놀림이 가상현실에서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본 관람객들은 크게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이곳 전시장에서는 세종대왕의 다양한 발명품을 ‘가상현실(VR)’ 콘텐츠, ‘증강현실(AR)’ 콘텐츠 등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은 멀티미디어 기술을 응용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환경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증강현실은 현실 환경과 가상 환경을 융합해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전시장 내 체험관에서는 HMD를 통해 조선시대의 생활 모습과 거리를 직접 체험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증강현실 속에서 즐기는 훈민정음 낱말맞추기 게임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세종대왕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상증강현실 포토존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가상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제작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설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회에 두 번째 방문한 이준호 씨(41·방배동)는 “아이들이 너무 흥미있어 해 재방문했다”며 “가상현실 속에서 왕이 돼 조선시대 거리를 직접 거닐어 보고 어렵게만 여기던 한글을 이용해 게임도 해볼 수 있어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를 주관한 한정엽 남서울대학교 가상증강현실대학원 교수는 “10월9일 한글날 하루에만 약 1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상증강현실이 2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실험 단계에만 머무르던 가상증강현실 콘텐츠를 전시를 통해 대중이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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