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는 국민화합이 본체…근로자와 함께하는 모습 보여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호통과 비어(卑語)로 얼룩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국정감사권은 입법기능 이외에 정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회의 고유 권능이다. 적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국정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합리적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서로 깎아내리기와 색깔 씌우기로 난장판을 벌이다 보니 국감 무용론이 확산된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든 ‘사위 마약’과 ‘아들 신검(身檢)’이 ‘티 중의 티’다.
국회의원마다 마음은 총선 콩밭이라 예산과 세법 심의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재출마 의사를 굳힌 의원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고 세법 개정도 표를 의식해 선심성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종교인 과세도 제대로 시행될지 걱정이다. 종교인뿐만 아니라 누구든 사례를 받으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일시적 사례는 기타소득, 계속적·반복적 사례는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다. 소득이 아니라면 세율이 더 높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완전포괄주의에서는 어떤 명목 絹?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근로소득 또는 기타소득은 지급자가 세금을 원천징수해 세무관서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리 목적 땐 사업자 등록을 통해 원천징수 이행 여부가 점검되고 불이행 시에는 가산세가 추가된다. 영세한 종교단체는 원천징수 능력이 부족하고 사례를 받은 종교인이 직접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방법도 없는 것이 문제다.
종교인 과세는 2006년에 시민단체가 과세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함으로써 공론화됐다. 국세청이 당시 재정경제부 세제실에 종교인 과세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세제실이 이명박 정부 말년부터 종교인 과세 입법화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정부가 세법 개정안에 종교인 과세를 포함시켰으나 일부 개신교가 극렬히 반대하자 국회가 슬그머니 뭉갰다. 다음해에 정부가 다시 제출했으며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모호한 수정안을 2016년부터 시행하는 조건으로 의결했고 국회가 그대로 통과시켰다.
금년에도 정부가 종교인 과세 실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종교인 사례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되 세부항목인 ‘종교소득’을 소득세법에 명기하는 내용이다. 종교인 사례금 대부분은 계속적·반복적 성격이어서 기타소득으로는 부적합하다. 종교소득으로 명시하는 것은 이런 문제점을 덮으려는 의도다.
일시적 성격의 기타소득은 대부분 80% 정도의 필요경비를 의제한다. 사업소득 또는 근로소득보다 기타소득이 필요경비에서 유리한 것이 보통이다. 학술연구 관련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처리했다가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으로 다시 신고하라는 세무서의 요구를 받고 추가 세액을 납부하는 사례가 많다. 광고 모델료를 기타소득으로 처리했다가 여러 개의 전속계약은 일시적 소득이 아니라며 사업소득으로 재계산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유명 연예인이 많다. 제기된 행정소송은 대부분 납세자 패소였다. 일시적 소득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일시적일 것 같지 않은 종교인 사례만 특별히 인정하면 다른 납세자와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천주교와 대한성공회 및 일부 대형 교회에서는 이미 성직자 사례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종교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종전 근로소득세 납부자도 필요경비 적용방법 변경으로 세금이 줄어든다. 과세 도입으로 세금 부담이 오히려 줄어드는 종교인이 생기는 우스운 상황이다. 기타소득인 종교소득과 근로소득의 세금 부담 차이가 공개되면 근로계층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달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장로교단 중 처음으로 근로소득세 수용을 결의했다. 종교인 모두 근로자와 함께하는 자세로 근로소득세를 수용해야 한다. 영세한 종교단체는 사례를 받은 종교인이 직접 근로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길도 열어야 한다. 종교인은 존재 자체가 봉사다. 숭고한 봉사와 희생이 세금 때문에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재정 수입보다는 국민 화합이 본체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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