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멕시코 증설 저울질…TPP발 생산거점 조정 시동거나

입력 2015-10-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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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참여 12개 국가에 무관세로 완성차 수출 가능
미국·멕시코 등 북미 공장, 생산 전진기지로 입지 높아져
자국생산 비중 높은 일본, 환율 리스크 대응력 커져



[ 정인설 기자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미국과 멕시코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TPP로 인해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서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조만간 북미 공장 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脫)일본’ 노선을 걸어온 일본 업체들은 TPP 발효 이후 자국 내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TPP발(發) 자동차 생산기지의 대이동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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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 공장 증설 가능성 높아

TPP에 참여 중인 12개국 중 완성차 생산거점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호주 등 5개국이다. 이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다음으로 많은 1136만대를 생산할 정도로 자동차 생산거점이 몰려 있다.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5% 이상 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수요가 늘자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은 증설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언제까지 성장할 것이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예측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엇갈리는 예상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TPP는 이런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TPP 체결로 수출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페루와 칠레 같은 남미뿐 아니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에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멕시코의 활용 범위도 커졌다. 그동안 멕시코가 미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에 그쳤다면 TPP 이후엔 글로벌 수출 전진기지로 입지를 넓힐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증설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76만대를 생산했다. 내년 중 멕시코 몬테레이에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공장을 짓고 미국 내 제2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대·기아차는 미국 내 2공장에선 미국에 판매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멕시코 공장에선 멕시코 내수용 외에 TPP 체결국에 수출할 소형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국내외 생산량 조정 가능

TPP가 발효되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환율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도요타나 혼다 등은 다른 국가 업체들에 비해 자국 생산 비중이 높아 엔화 강세 때 불리했다. 미국과 동남아를 제외하면 현지 생산 체제도 덜 갖춰져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도 상대적으로 적어 환율 급등락에 취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TPP로 환율 대응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처럼 엔화가 약세일 때는 일본 내 생산 비중을 높여 TPP 체결국에 수출하면 유리하다. 도요타가 호주 공장을 없앴지만 TPP가 발효되면 일본 공장에서 생산해 무관세로 호주로 수출할 수 있다.

반대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면 환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도요타와 혼다는 지난해 미국에서 현대·기아차(76만대)보다 70% 이상 많은 130만대 안팎을 생산했다.

TPP로 인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소형 일본 완성차 업체를 인수해 생산거점을 마련하면 엔저를 이용해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팀장은 “현대차도 시가총액 10조원 안팎인 마쓰다와 미쓰비시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TPP 체제는 일본의 우수한 부품사 인프라와 소형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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