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올해로 창업 119년 역사를 맞는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이다. 박두병 창업주가 1896년 배오개(현재 서울 종로4가)에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적 상점인 박승직 상점 문을 연 게 그 시작이다.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이 1946년 두산상회를 열면서 두산그룹의 현대사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 도병욱 기자 ]
두산그룹은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근원적 경쟁력 강화는 박용만 회장이 거듭 강조하는 그룹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다. △임직원의 역량 강화 △업무프로세스 혁신 △미래 신기술 확보 등이 박 회장이 요구하는 근원적 경쟁력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는 더디지만 회복은 진행되고 있다”며 “이 말은 이제 행동하고 움직일 때가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두산(Team Doosan)을 통한 팀워크 발휘 △마켓셰어 확대 △미래 신기술에 대한 관심 등을 올해 경영 중점 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기 위해 흘린 땀의 결실을 올해부터 수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생산 영업 품질 등 모든 분 傷【?각자의 작업을 완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은 그룹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인 만큼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의 도약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유통·소매에서 중공업으로
두산그룹은 1896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상점인 ‘박승직 상점’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이후에는 맥주사업을 비롯한 식음료업, 유통업,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맞은 1996년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중심 중공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오비맥주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전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하면서 중공업 중심 회사로 전환했다.
지난해 5월 치킨 패스트푸드업체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털(CVC)에, 출판 회사인 두산동아를 예스24에 매각하면서 소비재사업과 완전히 결별했다.
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한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성장 곡선을 그렸고,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시아·북미시장 공략
두산중공업은 다양한 국가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초 카자흐스탄에서 처음으로 발전소 공사를 수주하면서 중앙아시아 발전 시장 진출을 마련했다. 카자흐스탄의 KUS(Karabatan Utility Solutions)와 3400억원 규모 복합화력발전소 수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발전소는 카스피해 북쪽 아티라우주 경제특구에 건설되며 두산중공업은 설계 기자재제작 설치감리 시운전 등의 과정을 일괄 수행한다. 경제특구에는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단계적으로 조성되는데, 발전소는 이곳 화학단지에서 사용되는 전기와 증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2018년 2월 완공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수주를 중앙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2020년까지 23GW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북미 시장 호조를 등에 업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는 두산인프라코어 해외자회사인 밥캣은 지난해 3조7387억원의 매출과 3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4.4%, 13.5% 늘어난 수치다. 2011년 흑자전환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바퀴 타입 스키드 스티어 로더(SSL)와 무한궤도 타입의 콤팩트 트랙 로더(CTL) 등 대표 제품들이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SSL은 북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CTL 역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958년 로더를 생산한 지 56년 만에 누적 생산 100만대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계 소형장비 업계 최초의 일이다.
밥캣은 신제품 출시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건설장비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지만, 밥캣은 ‘M-시리즈’ 등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M-시리즈는 새로운 플랫폼(차량 골격)을 적용하고 성능을 향상시킨 밥캣의 로더와 미니 굴삭기 신제품이다. 기존에 없던 플랫폼도 추가됐다. 기존 밥캣 로더와 굴삭기 플랫폼은 미디엄과 라지 등 두 종류로 나뉘었지만, M-시리즈에는 확장형 미디엄과 확장형 라지도 더해졌다.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밖에 운전석을 앞으로 배치한 설계로 사방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소음을 60% 이상 줄였다. 그러면서도 유압을 이용한 힘은 15% 이상, 물체를 잡아당기는 견인력은 15~20% 커졌다. 밥캣은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하고 업계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노스다코다주 비즈마크 사업장에 준공한 최첨단 연구개발(R&D)센터를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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