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한 방향으로 가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 문화의 상징이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삼성은 ‘빠른 추격자’로 소니와 파나소닉, 휴렛팩커드와 노키아를 따라잡았다. 삼성이 이처럼 과거 ‘싱글 삼성’을 추구한 것은 하드웨어 중심이던 사업 내용 및 전략과 연관이 깊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획, 생산, 영업 등 모든 분야의 임직원이 하나의 목표로 힘을 합쳐야 전략 제품을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 획일화와 통일성이 곧 생산력과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대가 바뀌자 획일성과 통일성은 장점을 잃었다.
지난해 5월부터 그룹 진두지휘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기업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기업문화의 근간인 인사제도부터 혁신해 삼성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창의의 대명사인 구글 애플 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삼성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인사팀 내 인사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면적인 인사제도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등 5단계로 나뉘어 있는 직급을 3단계로 줄이는 것이다. 조직을 유연화하고 직책 전문성 중심의 인사를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연공서열식의 제도운영 요소도 개선한다. 승진해도 연봉이 오르는 것이 아니며, 하는 일에 따라 보수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임직원 2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한 인사제도 혁신 방향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곳에서 나온 제안은 크게 두 가지다. 현행 직급체계를 축소하거나 단순화하고, 평가 방식을 동료 상호 간에 비교하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최근엔 그룹 차원에서 ‘조직문화 혁신 TF’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싱글 삼성 타파 프로젝트’로도 불린다. 삼성은 조직문화 개선 TF를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단기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싱글 조직문화 타파는 기본이고 한층 더 다양한 색깔을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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