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이 내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중국발(發) 경기둔화에 따른 신흥국 경제 위기, 이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촉발되면서 미국이 쉽게 금리인상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연기된다면 유동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금리인상 연기에 맞춰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신흥국 증시에 대한 유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G30(선진 30개국) 국제금융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은 예상일뿐 약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12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또 "첫 금리 인상 시점과 이에 따른 연방 기준금리 목표 조정은 앞으로 경제의 진전 상황에 달려 있다"라고 얘기해 앞으로 미국 경제가 중국 등의 경기둔화에 추가로 영향을 받을 경우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예상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Fed는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중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을 꼽은바 있다. 중국 발(發) 경기둔화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 Fed의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이달 초 그동안 미 Fed가 금리인상 여부에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던 9월 고용지표가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노동부가 밝힌 9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14만2000명이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20만3000명을 크게 밑돈 것이다. 또 8월 수치도 17만3000명에서 13만6000명으로 하향 조정돼 지난 2개월간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증가는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FOMC 의사록에서 해외 경제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며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예상됐던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상 연기로 이머징마켓(신흥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회피 심리가 완화돼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연기로 인한 신흥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우려 완화는 올 연말까지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을 가능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하락폭이 컸던 신흥국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장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자 장중 10원 가까이 크게 떨어지 ?등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0원 떨어진 1149.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달러화 약세)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반등, 환율 효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안정성 증가 등을 국내 증시의 호재 원인으로 꼽는다.
9월 금리동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기대감도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중국은 이번 주말에 열릴 예정인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논의할 4대 의제를 확정했다고 이날 현지 언론이 전했다. 5중 전회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중장기 경제계획을 보고하는 자리다.
이번 5중전회에서는 앞으로 5년 간(2016~2020년) 중국이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 이후 어떤 경제 계획을 수립했을지를 엿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한 연구원은 "중국이 5중전회 이후 7% 성장률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 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글로벌 유동성을 신흥국 증시로 재유입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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